[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6. 올림픽 개최지는 국가 아닌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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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고대 올림픽 경기가 벌어진 올림피아의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88 서울 올림픽'과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한국에서 치러진 양대 국제 스포츠 행사의 공식 명칭을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개최 장소다.

올림픽에는 서울이라는 '도시명'이 따라다니지만 월드컵에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가명'이 붙어 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월드컵 만큼이나 올림픽도 온 국민이 참여하고, 열광한 국가적 행사였으니 '한국 올림픽'이 돼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다. 올림픽은 도시만 개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올림픽의 기원에서 유추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은 원래 그리스의 올림피아라는 곳에서 열리던 제전이었다.

올림피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들의 왕, 곧 주신(主神)인 제우스가 머무는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던 지역. 그래서 올림피아 제전에는 인근 국가들이 빠짐없이 참석했고, 제전 기간에는 전쟁도 자제했다.

그런데 당시 국가들은 말이 국가지 현대적인 개념의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이른바 폴리스(Polis). 올림피아 제전도 폴리스들의 행사였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이들도 바로 이런 사실에 착안, 도시 단위로 올림픽을 열기로 결정했다.

국제올림픽기구(IOC)헌장에 '개최지는 도시로 한정하며, 모든 경기도 도시 안에서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당장 다음달 열리는 아테네 올림픽만 해도 투포환 등 일부 경기는 아테네시에서 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장을 사용한다. 88년에는 요트경기를 부산에서 치르기도 했다.

이런 예외들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려는 국제경기단체들의 욕심과 급속히 팽창한 올림픽 규모의 합작품이다.

독특한 이유로 2개국에서 대회가 치러진 경우도 있다. 56년 멜버른 올림픽 때는 승마경기가 스웨덴에서 열렸다. 외부 동.식물종의 반입을 엄격히 규제하는 호주의 법 때문이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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