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분 ‘오바마 바람’ 오늘 이란 대선에도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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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 대선(12일)을 앞두고 경제 문제가 선거 승패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11일 뉴욕 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보수·개혁파 양측은 경제 침체에 따른 책임론을 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쟁점이 된 주요 경제 이슈는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실업률·석유 수익 등이다. 보수파 후보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진영은 “올 경제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혁파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이란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의 올 경제성장률은 3.2%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4.5%를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8%에 육박했다.

또 현재 17%에 달하는 실업률에 대한 공방도 치열하다. 개혁파는 “4년 전 10.5%였던 실업률이 크게 뛰고 있다”며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석유 수익에 대해서도 경제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 저소득층 지원 확대로 인플레이션만 야기했다는 것이 개혁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표심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저소득층과 무사비 후보를 지원하는 젊은 인텔리층으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무사비 전 총리 진영의 ‘대중 혁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1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야돌라 자바니 혁명수비대 정치국장은 성명을 내고 “무사비 후보의 선거운동은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과 유사하다. 이런 시도에 철저히 대처해 싹을 자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급진 세력들이 이번 선거에서 녹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며 ‘색깔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주요 권력기관 중 하나로 군 조직뿐 아니라 민병대까지 통제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이 강하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10일 이번 선거전의 마지막 TV 연설을 하면서 무사비 후보의 부인 등을 공격했다. 그는 무사비의 부인인 자라 라나바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과의 화해를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의 4일 ‘카이로 연설’이 이란 대선에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연설 사흘 뒤인 7일 실시된 레바논 총선에서는 친서방파 여권이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누르고 승리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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