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댐 건설 논란…환경운동연합 백지화 추진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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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원도영월군영월읍거운리 동강에 세워질 영월댐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댐 건설에 따라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될 영월.정선.평창군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댐 건설을 추진하는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에 맞서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운동 차원에서 영월댐 백지화에 나서기로 해 앞으로 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추진경위 = 영월댐 건설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당시 대홍수로 영월의 동강철교가 끊어지고 영월읍 시가지 상당수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하자 댐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됐다.

우선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홍수를 예방하고 용수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계획된 댐 높이는 1백5m.이렇게 되자 정선군 주민들은 계획대로 댐이 만들어질 경우 정선읍 시가지 상당수도 침수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84년과 90년 두차례 홍수피해를 입은 영월읍 주민들은 하루 빨리 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나서 지역간 갈등을 빚게 됐다. 이에 따라 댐 높이는 98m로 낮아졌고 실시설계등을 거쳐 지난해 9월22일 댐건설 예정지로 고시됐다.

건설교통부는 현재 진행중인 수자원공사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작업이 끝나면 올 상반기중에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용지보상에 들어가 2001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주민갈등 = 이처럼 계획이 변경되자 영월.정선군간의 갈등이 잠잠해진 대신 주민들 사이에 또다른 갈등이 나타났다.

당초 댐 건설에 반대했던 수몰지역 주민들이 96년부터 찬성으로 돌아선 것. 반면 댐 건설예정지 하류 일부 주민들과 정선.평창지역 주민들은 지난 16일 '3개군 영월댐백지화투쟁위원회' 를 발족시키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수몰지역 일부 주민들이 더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외지자본까지 끌어들여 유실수를 심고 건축물을 짓는등 투기를 했다는 점을 찬성으로 돌아선 배경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몰지역 주민들은 댐 건설이 알려지면서 당국의 지역개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더이상 살기 어려워진만큼 기왕에 댐이 들어선다면 빨리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에 댐 건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몰대책위원회 김상경 (金相卿.33.영월읍문산리) 총무는 "정든 고향을 떠나 살겠다고 나설만큼 수몰예정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산골" 이라며 댐 건설 조기추진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영월댐백지화투쟁위원회는 영월댐 건설예정지가 물에 잘 녹는 석회암층인데다 인근에 수많은 동굴이 있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곧 댐이 만들어질 경우 석회암층이 물에 녹고 동굴에 물이 차는등 붕괴위험이 높다는 주장이다.

투쟁위원회 정동수 (丁東洙.60.영월읍삼옥2리) 회장은 "일제시대에 이어 3공화국 시절인 지난 50년대에도 영월댐 건설이 추진됐으나 이같은 지형적 문제 때문에 백지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안정성없는 댐 건설은 절대 반대한다" 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을 상대로 영월댐 백지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투쟁위원회는 곧 댐 건설 백지화를 건의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개입 = 한편 지난해 인제 내린천댐 백지화운동에 나서면서 댐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환경운동연합도 댐 건설 백지화운동에 적극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영월댐 예정지역은 석회암 지대로 지반이 안전하지 않고^주변에 많은 동굴이 산재해 침수에 의한 붕락위험이 있으며^지난 96년 국내 최대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여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환경운동연합측은 영월동강은 어라연을 비롯,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곳으로 안전하지 않은 곳에 댐을 만들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는 5월중 '동강지키기국민운동본부' 를 발족, 1백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등 댐 건설 백지화운동을 본격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건설교통부 입장 = 이에대해 건설교통부는 지난 92년 현대엔지니어링의 타당성 조사에 이어 지난해 세계적인 댐 설계및 안전전문기관인 미국의 하자 (HARJA) 사가 7차례의 안정성 조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일대가 석회암 지대지만 댐 건설예정지는 암반지역인데다 그리스.터키등 석회암 지층이 많은 나라에서도 댐 건설에 문제가 없었다" 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오는 5월초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영월댐에 관한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영월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월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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