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간단체]들고양이·들개 생포작전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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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공원 등에 들끓고 있는 들고양이와 들개 떼들을 상대로 '국지전' 을 선포했다. 시의 이색적인 선전포고는 최근 경제난 여파로 주인들로부터 버림받은 애완 고양이와 개가 부지기수로 늘어나 들고양이.들개로 전락하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태 및 문제점 = 서울도심과 가까운 남산공원을 비롯해 북한산.관악산은 물론 창경궁등 도심 곳곳에는 외환위기이후 버려진 고양이.개들이 뜻하지 않은 '재앙' 을 불러오고 있다.

시는 현재 이들 지역에 1천여 마리가 살고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들고양이의 경우 참새.박새.굴뚝새등 작은 조류와 다람쥐등 소형 포유류를 마구 작아먹고 있다.

들고양이는 천적이 없어 방치하게 되면 개체수가 급속도로 불어나 생태계의 질서를 깨뜨릴 수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물구조협회 장문준 (張文準) 전무는 "지난 2월 남산에서 들고양이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소한 1백50여마리가 살고있음을 확인했다" 고 밝혔다.

들개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장해진 (張海鎭) 남산공원관리소장은 "최근들어 타워호텔.자연학습장.김소월 시비 (詩碑) 부근에 들개 출몰이 잦다" 고 말했다. 따라서 들개에 물릴 경우 광견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지역 산책객 등이 긴장하고 있다.

◇대책 =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서울시는 22일 오후 2시 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시 환경관리실 간부 7명과 동물구조협회.조류보호협회등 민간단체와 순수 아마추어 동물전문가 까지 20여명이 참석했다.

2시간30분에 걸친 논의 끝에 이들은 우선 90만평에 달하는 남산공원에서 내달부터 포획시설을 이용해 생포하는 방법으로 들고양이.들개를 추방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유금종 (劉金鍾) 서울시공원녹지국장은 "이를 위해 시는 3년간 1억9천여만원의 사업비를 별도로 확보하고 올해에는 1차로 4천여만원을 들고양이.들개 퇴치에 사용하겠다" 고 밝혔다.

◇이색 퇴치법 = 이날 회의에서는 남산 들고양이 퇴치를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가장 간단하게 포살 (捕殺) 하자" "동물단체의 반발이 클 테니 덫을 놓아 생포하자" 는 제안에서부터 "직접 포획보다 들고양이의 경쟁자인 오소리를 방사시켜 생존경쟁을 통한 고양이의 도태를 유도해보자" 는 제안들이 속출했다.

또 "생포해 동물보호센터에서 '순화교육' 을 시킨뒤 국내 또는 프랑스 등지로 분양하자" "생포후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아예 건강원에 넘기자" 는 튀는 의견도 나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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