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친위대 주인공 운명도 "바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1400만 '파리젠느'들의 요청에 의해 주인공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예정이다.

서울에는 '파리젠느'가, 대한민국엔 '발리 러버'가 산다. 인터넷에선 '결사대'가 모이고, '영웅단'이 집결한다. '다모'에는 '다모 폐인', '대장금'에는 '애호 장금', '불새'에는 '불새리안'…히트 드라마에는 열렬한 인터넷 팬클럽이 동반하는 것이 정석처럼 됐다. 이들은 드라마 다시 보기를 가끔 이용하고, 드문드문 시청 소감을 올리던 이전의 드라마 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른바 '드라마 친위대'의 등장이다.

◇주인공의 운명도 바꾼다=시청률 40%를 돌파한 '파리의 연인'의 1400만 친위대 '파리젠느'의 입김은 드라마 주인공들의 목숨까지 구할 모양이다. 주인공들의 자살설이 돌면서 이들이 "살려달라"고 호소하자, 작가가 직접 나서 게시판에 "안 죽는다"고 글을 남겼다.

'발리 러버'를 낳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경우도 주인공이 모두 죽는다는 결말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서 '주인공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발리 러버들의 의견을 반영해 충격적인 장면들을 상당 부분 편집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경우 주인공 이신영(명세빈)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 사랑부대(결사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말로 드라마 최종회 마지막 장면을 마무리지었다.

<이미지 크게 보기>

◇태초에 '다모 폐인'이 있었다=이러한 '드라마 친위대' 현상은 2003년 여름, 드라마 '다모'에서 시작한다. '거짓말'과 '네멋대로 해라' 등 매니어층을 낳은 드라마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게시판 폭주, 패러디물 제작, 팬클럽의 브랜드화 등은 모두 '다모 폐인'이 원형이 된 것이다. iMBC.SBSi 등 관계자들 역시 다모를 기준으로 드라마 친위대 현상이 자리잡았다는 데 동의한다. 웹PD 송승현씨는 "방영 2주 전부터 준비하던 웹페이지를 다모 이후에는 두달 전부터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사들 '친위대 모시기'=친위대들은 인터넷에 드라마를 홍보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드라마 충성도를 높여 시청률 상승에 기여한다. 수십번씩 반복하는 드라마 다시보기, DVD.드라마 패키지 발매 등 별도 수익까지 창출하므로 방송사들도 친위대 모시기에 한창이다. 드라마 뒷얘기, 6㎜ 카메라를 동원한 촬영장 스케치, 조연출 일기 등 부가 서비스 제공은 기본이다. '프랑스 고성여행 상품'(약 350만원) 등 고가 경품도 제공되지만 '파리젠느' 이민정(25.회사원)씨는 "경품보다도 명장면 명대사, 현장 뒷얘기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웹PD 정윤희씨 역시 "가장 호응이 좋은 건 단역 출연 등 드라마와 관련된 이벤트"라고 말했다.

◇'젊은 드라마'만의 현상=사이버 공간의 드라마 친위대는 10~20대 시청자가 강세인 드라마에서 나타난다. '불새'가 그렇고, '황태자의 첫사랑'이 그렇다. "네티즌의 주연령대인 19~25세층과 겹치기 때문"이라고 웹PD 홍정미씨는 분석했다. '풀하우스' '구미호 외전' 등 젊은층을 겨냥한 드라마들이 줄을 잇는 올 여름은 '친위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