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업 구조개혁촉진안 의미·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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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14일 내놓은 '금융.기업 구조개혁촉진방안' 은 한마디로 우리 경제에 적자생존 (適者生存) 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금융기관이건 일반기업이건 부실한 곳은 문을 닫도록 만들고, 우량한 곳은 살리겠다는 것이다.

어영부영 방치하다가는 죄다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서다.특히 우량기업을 살릴 때 외국자본을 적극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외국자본 유입→우량기업 회생→경쟁력 향상→대외신인도 개선→외국자본 유입의 선 (善) 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구조개혁은 '선 금융기관.후 일반기업' 으로 진행된다.

금융기관이 자금 중개를 제대로 못하면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는 등 가장 다급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금융기관 구조개혁 방안은 여전히 원칙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우선 부실금융기관은 우량금융기관과 합병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되, 여의치 않으면 문을 닫도록 한다는 것이다.반면 우량금융기관은 외자를 끌어들이고, 합병.3자인수 등을 통해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때 대형화를 추진할 주체세력을 만들기 위해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다만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기에 앞서 당장 급한 대로 정부가 당분간 구조개혁을 지휘하다가 넘겨준다는 복안이다.

투신사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적당한 시기에 구조개혁을 하기로 했다. 반면 주인이 있는 금융기관은 대주주에게 맡기기로 했다.증권.보험.리스사가 이런 부류다.

대주주가 알아서 능력껏 살릴 수 있으면 좋고, 잘 안되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금융기관 구조개혁 방안에 비해 기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여럿 있다.

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하나는 기금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끌어안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자금지원을 위해 설립하는 주식투자기금과 부채구조조정기금은 연초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건넨 아이디어다.

당시 소로스 회장은 재금융공사를 얘기했으나 그 뒤 투자은행→기금으로 골격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기금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정부는 올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지원하는 돈 (각각 50억달러.7억달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은 구조개혁말고도 외환보유고 확충.실업재원.건설업체 지원 등 써야할 곳이 널려있어 몽땅 쏟아부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내 코가 석자' 인 국내 금융기관이 선뜻 기금에 투자할지도 의문이다.

자칫 기금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불이익을 주는 식의 관치금융이 살아날 우려도 있다.

외국자본이 얼마나 들어올지도 두고 볼 일이다.예컨대 소로스 회장의 경우 한국에 투자하는 대신 얼마간의 확정수익을 보장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신중한 편이다.

대책은 만들었지만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앞으로 첩첩산중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金대통령이 말했듯 '이것이면 되겠다' 하는 정도의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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