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지각변동 눈앞…외국사들 진출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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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의 정유업 조기개방 방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그동안 물밑에서 매각을 검토.추진하던 일부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또 선진국 석유 메이저등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부 국내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이에 따라 현재의 SK.LG.쌍용.현대.한화등 5사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내년으로 예정됐던 외국인투자 제한 폐지시기를 올상반기로 앞당기겠다고 최근 발표했다.한화에너지는 1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선진국 석유 메이저 및 산유국 국영석유회사와 정유부문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데, 곧 결과가 가시화 될 것" 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그동안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유사 매각을 추진해왔다.또 쌍용정유는 합작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사와 지분 매각.추가투자 유도등의 방법을 놓고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쌍용그룹측은 "김석원 회장이 나서 아람코의 출자를 적극 추진중" 이라며 쌍용정유 매각설은 부인했다.현대정유도 정유업계 판도가 이렇게 돌아가자 추가 자금 확보등을 위해 외국업체와의 합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특히 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 할 경우 자금이 필요해 현대정유를 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이에대해 현대정유 측은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다" 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세계적 석유회사들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한국 시장은 이들의 각축장이 될 것" 으로 관측된다.이때문에 국내시장 선두인 SK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G칼텍스 정유도 지난달 31일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두고 대림산업의 보유지분 20%를 사들이기로 결정, 미국 칼텍스와 50%씩의 중립적인 지분상태를 만들기로 했다.

한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주로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엄청난 변화는 일지 않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외국 메이저들의 진출로 경쟁이 격화될 경우 정유사간 통폐합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박영수·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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