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의 옴부즈맨칼럼]궁금증만 준 宋美齡 장수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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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일부 신문에 보도된 쑹메이링 (宋美齡) 여사의 1백세 생일 기사 때문에 독자들의 전화가 있었다.

독자들이 지적하거나 제기한 문제는 대체로 두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이른바 인명 (人名) 표기와 관련된 문제고, 또 하나는 宋여사의 장수 (長壽)에 관한 궁금증이다.

宋여사가 지금 대만정부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 (中華民國) 총통이었던 '장가이섹' (蔣介石) 장군의 미망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거의 모든 신문이 한결같이 '장제스' 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장가이섹' 으로 쓰는 까닭은 '장제스' 는 틀린 것이 분명하므로 '장가이섹' 으로 바로잡아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외국사람의 이름을 부르거나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당사자가 부르는 발음대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예외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원칙에 따른다면 우리말의 한자발음인 '장개석 (蔣介石)' 에 대한 바른 표기는 '장가이섹' 밖에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신문들이 틀린 표기인 '장제스' 를 고집해 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오늘날 언론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표기사전' 에 그렇게 씌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전' 에 잘못이 있을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그것을 그대로 쓰면서 잘못이 없다고 할 것인가.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 (自明) 할 수밖에 없다.

잘못은 반드시 고쳐지고 바로잡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장제스' 냐, '장가이섹' 이냐의 문제를 애당초 옴부즈맨 칼럼을 통해 지적한 것은 지난해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의외로 엉뚱한 반향을 일으켰다.

내가 엉뚱하다고 말하는 까닭은 올바른 지적에 대한 부정적 반응 때문이기도 한데, 심지어 중국어전공임을 자처하는 일부 인사조차도 '장제스' 가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국어의 표준발음대로 표기하면 '장제스' 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런 점을 내가 모르거나 간과하고 '장가이섹' 이 옳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현지 (現地) 의, 그리고 당사자의 발음대로 표기하는 원칙에 따른다면 그렇다는 것을 지적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근거로 대만의 공식 문서인 '장총통집 (蔣總統集)' 이나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에 분명 '장가이섹' 이라고 씌어 있음을 열거한 바 있다.

이번 宋여사의 생일기사와 관련해 걸려온 독자의 말에 따른다면 타이베이 (臺北) 의 공항 (空港) 이름도 '장가이섹' 국제공항이라는 것이었다.

이 점을 확인해 보았더니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전세계의 항공노선을 기록한 OAG (Official Airline Guide)에도 '장가이섹 국제공항 (Chiang Kai shek International Airport)' 으로 명기돼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설명이었다.

사실이 이런데도 신문들이 틀린 것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것을 고치지 않는 책임이 문제를 제기한 옴부즈맨에도 있다는 독자들의 지적엔 변명의 말조차 잊게 된다.

이번 宋여사의 생일기사와 관련해 독자들이 장수비결을 궁금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부 신문엔 고작 宋여사의 장수비결은 중국 도가 (道家) 식 생활에 있다고 썼을 뿐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어떤 의미에서 신문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자세, 다시 말해 독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정신을 갖는다면 그런 궁금증이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건강과 장수비결에 관한 기사는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이 경쟁력이 있고, 독자가 스스로 찾는 신문이 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조건의 하나는 바로 건강 및 장수 관련 기사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까지의 공급자 중심의 기사작성 내지 편집에서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될 줄 안다.

宋여사가 1백세의 생일을 건강하게 누린 장수비결인 도가의 비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노자 (老子) 를 교조로 한 중국 도가의 건강법은 일반적으로 천인합일 (天人合一) 사상에 바탕을 둔 불로장생술 (不老長生術) 이라고 일컬어지고 있거니와 무병 (無病) 하고 늙지 않고 (不老) 오래 사는 비법이란 대개 천단법 (天丹法).지단법 (地丹法).인단법 (人丹法) 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천단법이란 하늘의 기운을 먹는 방법을 뜻하는 것인데, 하늘의 기운을 먹는 방법은 호흡과 기도밖에 없는 것이다.

지단법이란 땅의 기운을 먹는 음식과 약 (藥) 의 복용법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인단법이란 이른바 방중술 (房中術) 을 뜻하는 것인데 이것은 세속적 (世俗的) 인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건강법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더러 도가의 전유물만도 아니다.

우리 조상들도 이미 노자 이전부터 그런 건강법을 활용했고 그것을 전수했다는 역사의 기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宋여사의 건강비법이 어떤 것인지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는다.

욕심일는지 모르지만 지나간 외신기사일지라도 새롭게 편집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비단 宋여사 뿐만 아니라 장수하고 있는 명사 (名士) 들의 건강법은 언제나 독자들의 민감한 관심거리임을 잊어선 안될 줄 믿는다.

이규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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