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해요 - 가베놀이

중앙일보

입력


가베의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크기의 나무조각, 털실 등은 아이의 색채력 발달을 돕고 시각을 자극한다. 엄마와 가베놀이를 하고 있는 윤하은양.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ang.co.kr

엄마와 함께해요 - 가베놀이
연산·도형 등 6대 영역, 수업때마다 익히면 효과 커

윤하은(4)양은 집에서 방문교사 없이도 스스로 가베놀이를 즐겨 한다. 엄마 설혜진(28·인천 부평구)씨가 매일 하은이와 놀이처럼 함께 하는 덕분이다. 8가베(다양한 길이의 나무막대)를 이용해 이름을 쓰고 입체도형을 만들며 집 모양의 건축도 스케치북에 그럴 듯하게 세운다. 설씨는 “그냥 손으로 쓰고 연습할 때보다 알록달록한 교구를 이용해 수를 계산하고 한글을 쓰게 하니 지루해 하지도 않고 기억도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주변재료를 활용해 놀이도 가능  
가베는 나무를 깎아 다양한 도형의 형태로 구성한 놀잇감이다. 1가베부터 10가베까지 털실, 원목 등의 재료를 이용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린이가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가베를 잘 활용해 자녀를 가르치는게 그리 쉽지는 않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보통 100만원 대가 훌쩍 넘어간다. 가베가 엄마들의 로망인 동시에 활용하기 까다로운 애물단지인 이유다.
 
똑똑한 엄마와 함께하는 가베놀이저자 윤혜원 강사는 “가베놀이의 본질은 단순한 형태의 교구를 이용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가베 대체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놀이를 위해 반드시 비싼 가베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최근 시중에는 몇 만원대의 저렴하면서 실속있는 가베도 많이 출시됐다. 심지어 가베가 없어도 가베놀이를 할 수 있다. 지점토나 스티로폼을 이용, 정육면체·구 등 2·3가베의 입체도형을 만들고 휴지심으로 원기둥을 삼는다. 성냥개비·빨대 등 길이가 다른 다양한 막대는 8가베의 대체물로 활용할 수있다. 스케치북이나 큰 도화지 위에 완성된 평면가베작품을 붙이면 스크랩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스카치테이프·털실 등을 활용하면 공간 속 입체 가베작품이 탄생한다.

수개념·도형·창의력 발달 3단계로 나눠
가베는 1차원(점·선), 2차원(면)의 세계를 조합해 3차원(입체)의 세계를 만든다. 기탄교육연구소 복정선 대리는 “연산·도형·측정·확률과 통계·문자와 식·규칙성과 함수 등 수학의 6대 영역을 골고루 익히게 해준다”며 “매 수업마다 전 영역을 조금씩 공부하면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수업시간을 크게 수개념 익히기, 도형 익히기, 창의력 발달시키기의 3단계로 나누는 식이다. 영역별 기본 틀을 짜두면 여러 종류의 워크북에서 필요한 단계의 부분만 참고할 수 있어 수업을준비하기도 편하다. 
 
각 가베를 구성하는 도형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나뉘어 있다. 여러 형태의 조각을 같은 모양끼리 나누거나 묶는 과정은 집합의 개념을 익히게 한다. 같은 도형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다 보면 규칙성과 함수에 대한 기초 감각을 갖게 된다. 작은 정육면체를 9개 조합해서 큰 정육면체를 만드는 등의 놀이는 나중에 도형의 부피비를 공부할 때 밑바탕이 된다. 직육면체를 층층이 쌓아 계단을 만들면 제곱과 면적의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유용하다. 윤강사는 “기하학적 기본 도형을 분리하거나 합치게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적 감각에 친숙해진다”고 설명했다.
 
가베를 여러 형태로 쌓거나 늘어놓으며 스스로 구성물을 만들면 창의력도 향상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에 나오는 물건이나 동물을 가베로 나타내본다. ‘요술맷돌’에 나오는 요술맷돌과 맷돌에서 나오는 금화를 만들고,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주인공을 만들어도 좋다. 다양한 도형과 재질을 만져보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소근육이 발달한다. 실과 나무막대, 작은 조각들을 쥐고, 무너지지 않게 조심스레 쌓다 보면 집중력도 향상된다. 복 대리는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색깔의 나무조각, 털실은 아이의 색채력 발달을 돕고 시각을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놀이처럼 자유롭게 나둬야
엄마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가베를 공부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학습지를 공부하는 것처럼 덧셈과 뺄셈 등을 지루하게 반복해 강요하면 아이는 가베에 흥미를 잃게 된다. 윤 강사는 “가베는 학습 교구라기보다 장난감”이라며 “아이들이 언제든지 쉽게 꺼내서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어른들의 생각을 자꾸 알려줄 필요도 없다”며 “발달단계에 따라 처음 접하는 가베를 활용해 노는 법을 간단히 예시로 보여주는 정도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