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총회 최대화두는 '경영권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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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주주총회를 여는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최대 화두 (話頭) 는 '경영권 방어' 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상장사들은 주총에서 ▶수권자본금을 크게 늘리거나 ▶주식관련사채의 발행근거 신설.확대▶제3자 배정 조항 신설▶이사.감사수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변경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들 조항은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고 외국인.소수주주의 경영간섭을 줄일 수 있는 등 경영권 확보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내용들이다.

18일 증권거래소가 주총일정이 확정된 5백57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정관변경 내용을 조사한 결과 대상사중 20%인 1백12개사가 주식발행을 늘려 수권자본금을 증액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과 주식수가 늘면 인수비용이 증가해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수를 늘리기로 한 1백12사중에는 1만6천주인 발행예정주식수를 16만주로 늘릴 예정인 효성물산을 비롯, 10배 이상 발행주식을 늘릴 예정인 곳도 공화.다우기술.선도전기.에스제이엠.콤텍시스템.한국타이어제조.해태유통.혜인 등 9개사나 됐다.

또 유사시 경영진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인수시킬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주식관련사채 (CB.BW등) 발행을 신설하거나 한도를 크게 늘린 회사도 상당수에 달했다.

유공가스.세원화성등 상장사중 70개사가 일정기간후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 (CB) 발행을 신설.확대했고 56사가 유상증자시 신주의 일부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신주인수권부사채 (BW) 발행 근거를 새로 넣거나 발행 한도를 확대했다.

이밖에 ▶주식매입선택권 신설 (풀무원.한일시멘트공업) ▶제3자배정근거 신설 (서울은행) ▶구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 (보람은행) ▶이사.감사수 제한 (OB맥주.금양) 을 새로 정관에 넣은 상장사도 상당수였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이나 소수주주에 의한 경영권 장악시도가 크게 는데다 적대적 M&A 전면 허용을 앞두고 이에 놀란 경영진들이 정관변경을 통해 방어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며 그러나 "지나친 방어전략은 오히려 결과적으로 소수주주권을 제한하거나 기업의 인수.합병을 어렵게해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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