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감독님, 퇴장당한 기분 푸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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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과의 경기를 앞둔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전날 경기에서 야구 규칙을 위반해 퇴장당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 야구와 심판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던 투수 이상화가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올 시즌을 접게 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투타 기둥 손민한과 조성환은 나란히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전날까지 팀 성적은 15승24패로 7위. 롯데의 한 관계자는 “5할 승률에서 -10승까지 가면 안 된다.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애를 태웠다.

그러나 위기의 롯데에도 희망은 남아 있었다. 4번 타자 이대호(사진)의 방망이가 다시 불을 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이날 5타수 3안타·1타점·2득점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11-6 역전승을 이끌었다. 3루 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주황색 쓰레기봉지를 머리 위에 매는 특유의 응원으로 팀의 3연패 탈출을 자축했다.

2회 좌중간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대호는 0-2로 뒤진 4회에도 좌전 안타로 출루해 동점 득점을 올렸다. 팀이 3-2로 역전한 5회에는 1사 1루에서 우익수 오른쪽 깊숙이 떨어지는 2루타로 쐐기 타점을 올렸다. 3루 수비에서도 유격수 앞으로 날아가는 땅볼을 달려가 잡아 아웃시키는가 하면 파울 타구를 쫓아 펜스 바로 앞까지 달려가는 등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동료들을 자극했다.

팀의 중심인 이대호가 살아나자 롯데 타선도 15안타로 11점을 올리며 힘을 냈다. 5번 타자 카림 가르시아는 모처럼 2안타를 날렸고,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은 4안타·2타점으로 친정 팀을 울렸다. 조성환 대신 2루수로 뛰고 있는 김민성은 1-2로 뒤진 4회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4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발 투수 장원준은 7이닝 동안 10안타를 내주며 4실점했으나 팀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3승(4패)째를 따냈다.

KIA는 광주구장에서 LG를 이틀 연속 꺾고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단독 3위로 올라섰다. SK 투수 송은범은 대구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무패)째를 따내며 김광현(SK)·류현진(한화)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를 이뤘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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