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살림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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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전에서 자동차부품소매업을 하는 정모 (38) 씨는 요즘 손님이 부쩍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10평짜리 가게와 25평짜리 살림집의 전세값은 오르지 않았지만 2백50여만원에서 지난달 2백만원으로 줄어든 월수입은 살림에도 빠듯한 실정. 다행히 전세금 마련에 충당했던 돈은 그간 매월 생활하고 남은 돈 50여만원으로 정리가 끝난 상태다.

하지만 내집 마련의 꿈은 아예 사라진 듯 싶어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정씨 가정의 지출내역은 각종 저축이 75만9백60원, 일반 생활비 지출이 1백25만원선. 알뜰살림꾼인 아내는 아직도 경조사비와 교육비에서 10만원 정도는 더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업무용 화물차 1대와 프라이드 자가용 1대 외에는 특별한 재산도 없어 목돈마련이 막막하다.

이 가정은 저축액이 총 지출액의 37%가 넘어 건실한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월 15만원씩 부어 온 적금이 올 5월에 만기가 돼 6백만원을 타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3년만기의 비과세저축은 한달에 30만원씩 넣고 있다.

정씨 자신의 안전생활보험과 장수연금보험.장기 운전자보험 외에도 아내와 각각 무배당암보험을 들어놓은 게 있고 두 자녀의 교육보험이 있어 보험금만 30여만원. 전문가들은 아직 자녀가 어리므로 교육보험은 해약하고 비과세저축은 자동해약이 안되도록 분기당 최소금액인 3만원정도만 불입하는 방법으로 투자여유금을 만드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진단한다.

업무용차량이 따로 있으므로 주택을 마련할 때까지 자가용 없이 살아간다면 유지비와 보험료등 10만원 정도 더 아낄 수 있다.

가계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이렇게 생긴 여유금은 우선 1년 후에는 찾을 수 있는 신탁상품으로 불입하는 것이 좋겠다.

전세금이 오를 수도 있기 때문. 신탁으로 모은 돈을 적금 타는 것과 합치면 연말엔 약 1천2백만원 이상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고, 6월부터는 적금으로 들어가던 15만원을 비과세저축보다 이율이 훨씬 높은 3년만기 정도의 비과세 가계신탁으로 적립해간다면 3년 후쯤엔 현재의 전세금과 합쳐 7천만원 이상의 목돈이 생기게 된다.

또 절약액 중 매달 3만원씩은 주택은행의 내집마련주택부금에 불입하는 것도 좋겠다.

만35세 이상의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이고 무주택기간이 5년이상인 사람은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도에 의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고, 정씨의 경우 소득공제도 가능하기 때문. 그러면 사교육비가 급증하기 이전에 주택마련이 가능해진다.

김정수 기자 (도움말 = 이화여대 문숙재 가정과학대학장.하나은행 문순민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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