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외환위기' 경제개혁만으론 부족…믿는 사회부터 만들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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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는 지난해말 이후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한 방편으로 고통분담론.책임논의가 한창이다.

IMF를 두고 해방 이후 6.25 전쟁 다음으로 큰 사건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아직도 IMF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 이 지경이 되었는가에 대한 깊은 반성과 자각은 드문 것 같다.

역사에서 큰 사건이 생길 때 '갑자기' 란 없다.

이미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등 겪지 않아야 할 것들을 우리는 참 많이 겪으면서 지내왔다.

그때마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사과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언론도 문제점과 개선책을 열거했다.

그러나 사건마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미봉책만 내놓았지 사후개선을 감시한 적은 없었다.

어느 정치권도 관료도 기업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였다.

IMF도 우리는 인재라고 말한다.

수없는 사건과 사고의 경고 속에서도 진정한 반성과 자각과 실천이 없는 우리에게 IMF라는 매운 회초리가 내려졌다.

물론 발등의 불도 당장 꺼야 하지만 곰곰이 겸허하게 그 의미를 새겨본다면 이는 우리에게 의식의 대자각을 재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소득 1만달러시대, 소비수준 3만달러시대' 를 살아왔다.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근검절약하지 않고 거품 많은 소비를 즐겼다.

또 정치.사회적으로는 돈과 권력.명예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원칙.무질서.무책임이 팽배해왔다.

사회질서의식, 그리고 신의와 책임감도 투철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원인으로 IMF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제 IMF를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나 사실은 정치와 경제의 토대인 근본적 사회개혁 없이는 그 성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경제와 의식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의식이 수반되지 않는 경제적 부흥은 무질서와 환락.사치풍조를 조장해 그 사회는 결국 부패하고 퇴락하게 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새 정부는 IMF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경제적인 대책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런 결과를 낳은 사회구조적인 의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극복의 노력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사회개혁의 핵심은 사회질서의식, 그리고 신의의 회복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양보정신이 있어야 한다.

둘째, 고발정신과 그에 대한 발빠른 대책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셋째, 만연한 부패심리를 없애야 한다.

위기는 기회며 먼 장래를 볼 때 고통은 축복이 될 수 있다.

IMF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다.

고통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계기다.

이제 사회질서와 질서의식, 그리고 신의사회를 구현하는 탄탄한 기초를 닦으면서 동시에 경제회복과 부흥을 추구해야 한다.

임경택〈목포대 정치외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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