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우승 체코, 50년 빙판의 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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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체코가 50년의 비원을 풀었다.

'철의 수문장' 도미니크 하셰크가 주역이 됐다.

결승전 경기종료 버저가 울리자 선수들은 일제히 그의 주변에 몰려들어 금세기 마지막 겨울올림픽의 금메달을 자축했다.

22일 러시아와의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후반 8분 페트르 스보보다의 결승골로 우승을 차지한 체코. 체코는 사상 처음 세계정상급 프로선수들이 총출동, '꿈의 토너먼트' 로 불리던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러시아 등을 차례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지난 48년 준우승을 비롯, 16차례의 겨울올림픽에서 무려 네번이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픔을 딛고 얻어낸 감격의 우승이다. 금세기 마지막 겨울올림픽의 금메달이며 이번 대회 체코가 얻은 첫 금메달이라 의미도 크다.

올림픽이 시작되기전 스포츠 도박사들이 꼽은 체코의 우승확률은 불과 20 - 1.비록 체코팀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야로미르 야그르와 최고의 골리 하셰크가 있었지만 체코를 우승후보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신화' 웨인 그레츠키를 비롯, 세계 최강의 호화멤버로 구성된 캐나다의 기세가 워낙 등등했다. 게다가 미국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강호로 꼽혔다.

지난 대회 우승팀 스웨덴과 역대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한 러시아 등도 거의 전선수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 (NHL) 의 스타들로 채워져 있었다.

예선에서 러시아에 2 - 1로 패하면서 강호 미국과 8강전을 펼쳐야 했고 준결승에서는 캐나다를 맞는 등 대진운도 최악이었다.

그러나 그런 체코는 결국 해냈다.

준준결승에선 미국을 4 - 1로, 준결승에선 캐나다를 2 - 1로 이겼다. 그리고 러시아마저 1 - 0으로 이겨 예선의 패배를 설욕했다.

그동안 체코의 골리 하셰크는 상대팀의 거센 공격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하셰크는 러시아의 결승전까지 일곱경기를 치르는 동안 겨우 6골만을 허용, 게임당 0.86골만 내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특히 연장전을 거쳐 슛아웃까지 갔던 준결승전 캐나다의 경기에선 다섯차례의 페널티 공격을 모두 막아내 이번 대회 우승을 향한 최대의 고비를 그 혼자 넘겼다.

결승에서도 하셰크는 '로켓포' 파벨 부레가 리드하는 러시아의 불같은 공격을 철저히 막아내며 단 한골도 내주지 않는 맹활약으로 체코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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