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반미·반전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위한 '사막의 천둥'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반미 (反美) 시위가 이어져 미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21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3천여명의 대학생들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이라크에서 손을 떼라" "르윈스키는 전쟁이 아닌 성관계를 말하고 있다" 등의 구호와 함께 시위를 벌이다 이중 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런던에서도 이날 수백명의 시민이 외무부 앞에서 항의시위를 갖고 이라크 전쟁과 경제제재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2백명이 연서한 탄원서를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탈리아의 평화주의자 22명은 이날 미국의 무력행동을 막는 '인간방패' 가 되기 위해 22일 바그다드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선 수백명의 회교도들이 미 대사관으로 몰려가 "양키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82명이 체포됐다.

특히 요르단 남부 마안시에서는 이날 1천여명이 이라크 국기를 흔들며 미국을 비난하는 대규모의 친 (親) 이라크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에 투석전으로 맞서며 경찰서를 습격하고 국영은행에 방화, 이 과정에서 시민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또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3천여명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시위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반미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집트의 카이로에서는 이날 정치인.종교인.대학생에 이어 언론인 50여명도 "미국은 헤게모니와 오만, 이중적 기준에 입각한 정책을 구사하기 위해 유엔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고 비난한 뒤 성조기를 불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고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