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 납치' 진상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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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3년에 발생한 김대중 (金大中) 납치사건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막연하게 당시 중앙정보부가 개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해 오던 것이 관련자들의 이름.직책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공작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25년만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정 (中情) 의 고위간부가 입을 열어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를 받고 한 정치공작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에 따르면 중정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시에 따라 중정 요원을 동원해 대낮 도쿄의 한 호텔에서 金씨를 납치, 마취시켜 5박6일만에 서울 자택으로 압송했다고 한다.

그의 증언은 이 사건이 군사독재정권 시절 무법자들의 횡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또 당시 한.일간의 외교문제로 번져 국가적인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감춰두고만 싶은 우리들의 불행한 과거중의 하나다.

그러나 어두운 역사일수록 명명백백하게 밝혀 재발방지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납치를 지시한 최고책임자가 누구인지 등 정확한 배후세력과 납치동기.목적 등을 밝히는 것이 초점이다.

일본은 이 사건을 아직도 미제 (未濟) 로 갖고 있다고 하니 깨끗한 마무리로 두 나라간의 앙금을 푸는 것도 중요하다.

사건의 진상 규명은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지난데다 당사자인 김대중 당선자의 말처럼 처벌이나 책임추궁을 위한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조사는 어려울 것이므로 국회 차원에서 조사단이나 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당시 이 사건 관계자들은 역사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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