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북한답사기]최창조의 북녘산하 북녘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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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리학자 최창조 (崔昌祚.전서울대 교수) 씨는 아직도 북한 체류의 감흥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동명왕릉 옆 솔숲에서 딱따구리가 울 때, “딱 따르락, 똑 또르락” 하며 천진하게 흉내를 내던 여성 안내원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이번 북한 여행은 매 순간마다 흥분과 감동, 혹은 한탄의 연속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수풍호가 있는 삭주와 창성군 일대, 청천강을 끼고 있는 안주.박천평야의 대륙적 설경은 그대로 감동이었고 공항에서 평양을 향하던 주변 농촌풍경과 평양 시내의 모습은 가슴을 저미는 흥분의 연속이었다. ” 그런데도 그는 애써 흥분을 감추고 북한과 남한의 지리적 동질성과 이질성을 감별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개성의 송악산은 서울의 북한산을 닮았고 안악의 구월산은 영암의 월출산을 닮았다.

이를 통해 지세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에 산악이 대체로 험하고 기운찬 대신 나무가 적다거나 평양평야나 재령평야 같은 곳이 예상보다 훨씬 광활하다는 점은 남한과는 다른 이질성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崔씨는 또 조심스럽게 북한 사람들이 풍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50대 이상은 남한식의 길흉화복적 풍수 관념을 지닌 듯했다.

안내원이 농담으로 그에게 무덤자리 좀 잡아 달라고 하자, 동행한 북한학자가 정색을 하고 “우리 교수 선생은 그런 미신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민족지형학자' 라고 해야 되겠지요” 라고 하더란다.

그도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崔씨의 이번 북한 풍수기행이 땅의 좋고 나쁨을 평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이런 입장 때문이다.

崔씨의 글을 평소 애독해온 시인 조정권 (문예진흥원 기획부장) 씨는 “담백한 최씨의 글과 황창배 화백의 그림을 통해 북한 문화유적을 현장에서 감상하는 분위기를 느낀다” 며 “특히 최씨의 글에 타락한 풍수의 냄새가 전혀 없는 것도 글맛을 돋운다” 고 평했다.

崔씨는 이번 북한 방문에서도 중국 풍수이론과 다른 한국적 자생풍수의 흔적을 찾는데 주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풍수가 기하학적 균형미에 치중한다면 한국적 자생풍수는 자연과의 조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행히 북한에 남아있는 일부 고구려 유적과 많은 고려 유적들이 그런 자생풍수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내비치고 있었다고 한다.

“고구려 안학궁터가 그렇고 개성의 만월대와 평양성, 대동문의 배치가 그러했다. 또 구월산 월정사와 정방산 성불사도 마찬가지였다.”崔씨는 이같은 현상을 독자들에게 비교적 진솔하게 알려 남북간의 민족동질성을 나누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영주 편집위원·사진 =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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