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환율을 알면 세계경제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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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환율이란 = 상품에 가격이 있듯 화폐에도 가격이 있다.

물건의 가격에 맞춰 화폐로 지불하는데 무슨 가격이냐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건을 결제할 때, 또는 외국에서 공장을 지을 때는 그 나라 화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돈이 바로 달러이므로 대개 달러를 확보한다.

달러를 확보하려면 자기 나라 돈을 주고 달러를 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달러에도 가격이 있는 셈이다.

달러도 물건처럼 값이 변한다.

사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 가격이 올라가고 파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또 달러가격은 전망에 따라 변한다.

달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들면 달러에 대한 가수요가 생기고 달러를 파는 사람은 줄어들어 가격이 오른다 (환율 상승) . 국제적 요인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7월 동남아시아에 외환 위기가 닥친 뒤 아시아 전체로 퍼져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일본까지 흔들렸다.

세계 각국이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는 등 물고 물리는 글로벌 경영체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들일수록 이같은 외환 위기를 뼈아프게 겪는다.

대만이 외환 위기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점이 바로 그런 예다.

따라서 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경제활동 주체들이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해왔음을 입증한 셈이다.

▶외국을 3개국 이상 방문하려면 = 한국을 떠날 때 아예 방문하려는 나라의 통화로 바꿔가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환전수수료 때문이다.

국내에서 한국 돈을 달러로 바꿀 때 수수료를 내고 외국에서 달러를 그 나라 통화로 바꿀 때도 수수료를 내는 이중 부담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러나 잘 따져보면 달러로 가져가는게 오히려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환전수수료는 약3~4%.외국에서는 대체로 0.2%내외다.

수만 달러이상 쓸 계획이 아닌 바에야 환전 수수료는 별로 부담되지 않는다.

또 달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널리 통용된다.

인도네시아처럼 외환시장이 불안한 곳에서는 달러의 위력이 엄청난데다 그 나라 돈의 달러에 대한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린다.

따라서 같은 돈이라도 좀더 대우받으며 경제적으로 쓰려면 불안정한 현지 통화보다는 달러가 한결 유리한 셈이다.

▶고정환율제란 = 인도네시아가 외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고정환율은 말 그대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변화되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달러의 가치를 '1달러에 1백원' 식으로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금리와 물가가 안정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일 뿐. 환율이 고정되면 수출이 늘고, 수출이 늘면 달러가 많이 유입된다.

돈 (달러) 이 들어오면 자국내의 통화량이 늘게 되고, 통화량이 늘면 물건의 가격이 높아진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것이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2~3년에 한번씩 큰 폭으로 환율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추측에 불과하다.

시장원리에 따른 변동환율제라면 그 시점에 맞는 적정한 환율이 유지되지만 고정환율 체제에서는 이 기능이 마비되므로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도움말 = 한국은행 외환시장과 정병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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