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2명 임기전 퇴임 궁금증…"후진 위해 勇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시중은행장들이 잇따라 사의를 밝히고 나서자 그 배경에 은행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가 7월에 끝나는 국민은행 이규증 (李圭澄) 행장과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업은행 정지태 (鄭之兌) 행장은 주총을 2주일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사퇴의사를 발표했다.

더구나 이들 두 은행은 상대적으로 은행권안에서 경영실적이 건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터여서 금융계 일각에선 이들의 출신지역 (鄭행장은 경북칠곡, 李행장은 경북경주) 등과 관련해 무슨 '사연' 이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이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있어 두 행장의 퇴임발표에 무슨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두 행장의 임기만료전 퇴진은 말 그대로 후진을 위한 '용퇴 (勇退)' 로 받아들여달라는 것이 당사자와 주변의 설명이다.

鄭행장의 경우 상은 최대 위기로까지 불린 ㈜한양 문제의 해결 등에 있어 어려움을 같이한 파트너인 배찬병 (裴贊柄) 전무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용단이고, 李행장도 송달호 (宋達鎬) 부행장에게 바통을 넘기기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鄭행장의 입행 1년 선배이기도 한 裴전무의 경우 올해로 중임 만료가 돼 3연임을 하지 않으면 물러나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宋부행장도 중임 만료시기가 올 8월로 잡혀 있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도 "두 행장의 사퇴에 외부의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며 "순수한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다만 행장들이 금융감독기관 등에 간접적으로 사퇴의사를 비쳤을 때 특별히 만류하는 표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런 '분위기' 도 퇴진 결단을 내리는데 작용했으리란 시각도 없지 않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에서는 金당선자가 공개적으로 "은행인사에 절대 간여하지 말라" 는 엄명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외부의 입김에 의한 은행장의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두 행장의 용퇴는 오히려 남아있는 은행장들에게 적지않은 심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행장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데도 스스로 물러나는 마당에 경영실적이 부진하거나 내부 잡음이 있는 은행장의 경우 임기에 관계없이 자진퇴진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예로는 현재 D은행장과 일부 지방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 10명중 李국민행장과 박종대 (朴鍾大) 평화은행장.김광현 (金光鉉) 장기신용은행장 등 3명은 퇴임이 확정된 상태다.

허한도 (許翰道) 동남은행장 등 나머지 7명은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류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과 신복영 (申復泳) 서울은행장은 부실경영에 대한 논란속에서도 모두 유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