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극 다시 선다…옛가극 스타일 복원 완성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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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악극.신파극 등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 연극의 계보에 새롭게 추가될 대중가극. '문화게릴라' 이윤택이 극작.연출을 맡은 '눈물의 여왕' (3월26일~4월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 표방한 도전적 새 장르다.

'대중가극' 이란 용어는 바로 이씨의 조어 (造語) .가극이란 전래의 용어에다 특별히 대중성을 부각시키고자 '대중' 이란 두문자를 붙여 만들었다.

이번 무대를 통해 이씨는 '악극' '신파극' 등 기존의 '유사품' 과 구별되는 대중가극만의 독특한 형식미학을 제시하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런 '대중가극' 에 대한 이씨의 정의. “한마디로 표현하면 노래와 즉흥연기가 있는 연극을 일컫는다.

이점에 있어서는 신파나 악극과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본없이 구전되는 등 문학적 구성이 취약한 신파나 악극에 비해 (나의) 대중가극은 주제의식과 극적구성이 분명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씨의 대중가극은 그 내용과 형식이 지극히 대중취향이란 점에서 악극이나 신파극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우선 50.60년대 복고 스타일이라는 뼈대가 그렇다.

때문에 향수를 자극하는 '타향살이' '알뜰한 당신' 등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와 만담.마임.즉흥극 등이 적극 활용된다.

그러나 작품의 질료가 되는 말과 정서, 생각 등은 오늘날 관객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운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씨의 대중가극은 신파.악극 등 전래 대중극을 아우르면서 이를 현대화한 것이다.

이것이 옛것의 답습에 가까운 요즘 신파.악극과의 차이점이랄까. '눈물의 여왕' 의 내용은 가극단 이야기다.

50년대 날리던 백조가극단의 스타 전옥 (이혜영 분) 의 이야기와 6.25 당시 좌우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교직 (交織) 돼 있다.

잊혀진 옛 형식의 제대로 된 복원과 '재창조' 를 위해 이씨는 당시의 스타를 등용했다.

바로 TV의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배삼룡 (74) 의 기용. 당시 배씨는 허장강 (이호성 분).황금심 (이윤표 분).원희옥 (임선애 분) 등과 함께 백조가극단의 간판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들 옛 동료의 이름과 나란히 실명 등장하는데 배씨는 가극단의 소품담당 '상구 아저씨' 로 역이 바뀌었다.

실제 배삼룡 역은 '품바' 로 스타덤에 오른 정규수가 맡아 임무교대했다.

이씨는 “보다 연극성을 높이기 위해 배씨를 실명 주인공에서 빼는 대신 배씨로부터 옛 가극의 연기스타일에 대한 자문과 고증을 충분히 받았다” 고 밝혔다.

“아, 내가 활동할 당시에 가극은 대중예술의 꽃이었죠. 공연만 하면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어요. 30여년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다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 '신문명' (TV) 을 실컷 구경하고 고희를 넘긴 나이에 '고향' 으로 돌아온 배삼룡의 소감이다.

매일 오후 3시.7시30분 (첫날 낮, 30일 낮밤, 4월5일 밤 쉼) .02 - 278 - 449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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