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이 고교졸업장 받는다…6·25로 중퇴 47년만에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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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총장이 47년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13일 경북 성주농공고 (교장 金宜埴) 제69회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 부산 동명정보대 성기수 (成琦秀.64.사진) 총장이 화제의 주인공. 成총장은 성주농공고의 전신인 성주농업중학교 (당시 5년제) 4학년 재학중 6.25가 터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으나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공대에 입학, 58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成총장은 이후 서울대교수를 거쳐 28년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재직하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한국정보산업표준원을 설립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또 국내 과학기술분야에 끼친 공로로 국민훈장목련장 등 많은 훈.포장을 받았다.

95년부터 동명정보대 총장을 맡고 있는 成총장은 이같은 업적 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느 고교를 나왔다고 남에게 말할 수 없어 늘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이에 성주농공고는 최근 교무회의를 열어 국가에 많은 기여를 하고 모교발전을 위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쏟은 공로를 인정해 成총장에게 올해 졸업식때 명예졸업장을 수여키로 결정했다.

成총장은 "이젠 성주농공고를 나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며 자랑스러워했다.

부산 =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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