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방송 개방은 신중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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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정부 치하에서는 국민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관한 자료나 방송을 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차기정부가 상당히 유연한 대북 (對北) 자세를 취하리라는 것은 선거공약을 통해 짐작했던 일이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러한 정책방향을 밝힘으로써 새 정부의 대북 접근자세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새 정부가 추진할 1백대 과제중에 거론된 대북정책 방향은 대부분 이미 가능성으로 거론돼 온 것이라 특이하지는 않지만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종래와 달리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수위가 밝힌 내용중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한방송의 단계적 개방 등 북한 관련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남한에서 북한방송이 공개되는 것은 남북한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북한이 통일을 목표로 한 우리의 상대라는 측면에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는 국민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에 관한 정보가 제한되고 남북한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고 이해하는 일차적 정보원으로서 방송만큼 효율적인 수단도 드물 것이다.

오랫동안 단절돼 살아오면서 확대돼 온 민족적 이질감을 극복하는데도 북한방송의 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북한의 접촉기회가 많아지면서 역대 정부가 북한 정보의 점진적 공개를 시도했던 것도 모두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당국의 그러한 기본 방향은 원칙과 명분에 밀려 마지 못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다.

새 정부는 그러한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훨씬 능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방송 개방은 국민에 대한 정보의 공개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북한이 남한에 대한 비방.선동이나 유언비어 증폭 등 터무니없는 선전에 악용할 역기능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방송의 개방은 시간표에 맞추듯 서두를 일이 아니라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해 신중하고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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