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남편, 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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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A씨와 B씨는 2007년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다. 그런데 남편 A씨는 딸이 태어난 지 5개월 뒤 집을 나갔다. 생활비와 양육비도 전혀 보내 주지 않았다.

부인 B씨는 남편을 상대로 “집으로 돌아오고 매달 일정한 생활비와 양육비를 달라”는 취지의 부부 동거 심판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손왕석 부장판사는 “남편은 집에서 가족과 동거하고, 과거의 생활비 및 자녀 양육비 1500만원과 향후 생활비 및 양육비를 매달 23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별거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남편은 부인과 동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은 부부 간의 의무를 규정한 826조에서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며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부부 동거 의무가 법에 규정돼 있지만 가출한 배우자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실제로 내려진 적은 없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못 살겠다며 이혼 신청을 하는 경우는 많아도 같이 살겠다는 신청을 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법원에서 내린 첫 부부 동거 명령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을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지만 끝까지 불응하면 향후 이혼 소송을 낼 경우 남편이 위자료 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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