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大' 시위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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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상했던대로 야대 (野大) 국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추경 (追更) 예산안 처리를 반대하며 총리의 시정연설을 보이콧, 본회의에 불참했다.

의원 과반수는 빠지고 소수 여당만 참석해 연설을 듣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당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하자 야당이 단독으로 운영위를 열어 법안을 상정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야당 단독의 본회의 통과도 가능하다.

여소야대 국회의 현주소다.

우리는 노사정 (勞使政) 이 합의한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극복과 관련된 경제 의안 (議案) 을 빨리 처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고용조정 법안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으나 추경예산안은 이대로라면 사흘밖에 안 남은 이번 국회에서의 처리가 어렵다.

이미 지적한대로 새 정부 발족후에 추경예산안을 내놓으라는 야당의 주장은 기계적 명분론이다.

새 정부 관계자가 이미 개입해 만든 추경이고, 이번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시 한달 정도의 시일이 걸린다는 정부의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위기체제에서 하루가 아쉬운 이 때 이런 명분론으로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인사청문회를 단독으로라도 실현시켜 보려는 한나라당의 고집도 이해는 간다.

국민회의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야당시절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해 놓은 상태에서 지금 입장이 바뀌었다고 이를 기피하는 것은 명분이 안 선다.

그럼에도 지금 야당 단독으로 입법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또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니만큼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새 정부 출범이 코앞에 닥쳐 있어 첫 조각 (組閣)에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여당에 돌리고 이번은 발의로 만족하고 시간을 두고 처리하는 것이 온당하다.

노사정이 합의는 했다지만 일각에서 이를 거부하고 나서는 등 뒤숭숭한 마당에 국회까지 이런 난맥을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 적절한 균형과 견제의 기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작위적인 견제나 시비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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