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 자금은 수사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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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7일 “이제부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시작된 만큼 그와 관련된 범죄만 보겠다”는 것이다. 천 회장이 박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는지가 수사 대상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대선자금 지원설과 천 회장의 주식매각 과정 및 이유 등은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검찰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대선자금 조사로 정치권의 시비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신 천 회장의 개인비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치적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7일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사 본사 등 18곳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물품을 차에 싣고 있다. [김태성 기자]

이에 검찰은 우선 천 회장과 박 회장 간의 돈 거래 내역을 살펴볼 계획이다. 두 사람이 2007년 11월 9억여원을 주고받은 이유를 비롯해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시점에 돈 거래를 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 될 것 같다. 검찰은 특히 천 회장이 지난해 7월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역할분담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정복씨는 국세청을, 천씨는 현 여권 인사들 상대로 로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천 회장은 “대책회의를 연 적도 없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관련해 단돈 1달러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향후 검찰의 수사는 천 회장은 물론 현 여권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수부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천 회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 여권 고위층들이 수사의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또 검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돌발 변수가 나올 경우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수사는 움직이는 생물이어서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세=민주당은 7일 천 회장 관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부터 대선 때까지 천 회장이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306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천신일 의혹 진상조사특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007년 4월 2일부터 천씨가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또 “당시 천씨의 주식을 일부 증권회사들이 시간외거래를 통해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증권사들은 천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요구했다.

 이철재·임장혁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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