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퓨너럴'…무자비한 마피아도 알고보면 가련한 인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갱이나 마피아같은 반 (反) 사회적인 집단들이 사실은 가족주의라는 친 (親) 사회적인 이데올로기에 아주 깊이 침윤돼 있다는 점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하워드 혹스감독의 '스카페이스' (1932)에서 알 카포네는 누이에 대한 집착이 화근이 돼 파멸했고, '대부' 시리즈에서 코르레오네 패밀리 (가족) 는 가족적인 가치를 지키려 노심초사한다.

바깥세계엔 무자비하고 냉혹하게 비쳐지는 그들이지만, 내부를 비집고 들어가 보면 가족의 껍질 속에서만 안온함을 느끼는 취약한 인간들인 것이다.

'저예산 영화의 마틴 스코세스' 쯤 되는 아벨 페라라 감독의 '퓨너럴' (장례식.사진) 은 막내 동생이 시체로 실려오자 복수심에 눈이 먼 나머지 결국 자멸해버리는 삼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뉴욕. 13세에 이미 아버지로부터 '생존방식으로서의 살인' 을 배운 맏이 (크리스토퍼 워켄) , 정신병적으로 폭력과 피에 매달리는 둘째 (크리스 펜) , 책과 영화에서만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막내 (빈센트 갈로)가 등장한다.

두 형은 동생의 원수를 색출하지만 범인은 어이없게도 반대파가 아니라 조직과는 무관한 겁많은 한 청년이다.

갱스터 영화하면 흔히 영웅적인 캐릭터의 면모를 떠올리지만 '퓨너럴' 은 이들도 우리와 같은 가련한 인생일 뿐이라는 걸 담담하게 보여준다.

7일 개봉.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