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탈세’ 조직적 축소·은폐 있었는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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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의 3라운드 수사가 국세청 압수수색을 통해 시작됐다.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혹과 관련해 6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한 자료를 들고 나오고 있다. [김태성 기자]

검찰 수사의 초점은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축소나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현 여권 실세들이 박 회장의 로비를 받고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시도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세무조사의 전체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혐의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있는지 ▶검찰에 자료를 내면서 숨긴 것이 있는지 ▶별건의 수사 단서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박 회장 측이 국세청과 현 여권 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흔적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박 회장의 탈세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며 내사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7월부터 11월까지 세무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장에게 조사상황 직보=검찰은 지난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과 조홍희(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 주고받은 내부 보고 자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조 국장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아닌 한상률 청장에게 조사 상황을 직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조 국장이 태광실업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세청 내·외부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 보고서와 같은 자료는 검찰에 넘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국세청은 박 회장의 탈세 사실과 이와 관련된 필요한 자료만 제출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금융자료와 기타 자료가 누락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인 뒤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특히 한상률 당시 청장에 대한 조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 기획관은 그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굳이 한 청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당시의 세무조사와 관련한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보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박 회장의 탈세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목받는 대책회의=지난해 7월을 전후해 박 회장은 현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세무조사 및 검찰 수사를 막아 달라며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박 회장에게서 2억원을 받은 게 전부다. 추 전 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부탁했지만 로비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통이 큰 박 회장이 자신의 기업을 살리는 데 2억원만 썼겠느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현 여권 인사가 박 회장의 구명을 위해 대책회의를 했느냐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대책회의에는 박연차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김 전 청장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그가 국세청 인맥을 이용해 국세청 직원들에 대한 금품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혹스러운 국세청=국세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돕기 위해 고발 자료를 충분히 넘겼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번 압수수색이 있기 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이날 언론 접촉을 피했다.

일부에선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하고 검찰 고발까지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조사 대상을 축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승현·이진주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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