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가장 큰 스승’이라는 배움에 목마른 건축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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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31면

조남호는 세상과 정면으로 대하는 건축가다. 그것이 그가 편견 없이 그의 작업에 임할 수 있는 힘이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고, 어려운 사람과 엮이더라도 문제를 직시하고 솔직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과시욕과 부질없는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법이 없다. 그에 대한 감동과 신뢰는 여기서 형성된다.

건축가 조남호는

 이 과정에서 그가 거둬들이는 가장 큰 수확은 배움이다. 그는 모든 곳에서 배움이 있다고 믿는다. 건축주로부터, 목수로부터, 엔지니어로부터, 부하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현장에서 배운다. 목조를 배우게 된 계기도 바로 외환위기를 견뎌내기 위해 자기의 솔토건축 직원과 함께 목조 시공에 뛰어들면서다. 현장 속에 지식이 있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고 한다.

 교원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듯 그는 목조를 잘 다루는 한국 건축가 중 하나다. 하지만 건축가로서 그의 역량이 일정한 재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의 모교인 서울시립대학교의 건축학부 별관에서는 콘크리트 구조에 충실한 공간 구성 방법을 동원했다. 비례가 잡힌 정연한 수평·수직면으로 차분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프로젝트에 목조가 적합하면 선택할 뿐”이라고 말한다. 조남호는 그에게 주어진 과제와 그가 동원하는 수단이 각각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건축업역의 범주들은 그에게 무의미하다. 그는 전원주택 담장에서부터 100만㎡(약 30만 평) 조선소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적 지식과 실천력으로 임한다. 각재와 각재를 연결하는 철물의 디자인에서부터 대규모 크레인 동선 계획까지 같은 열정을 갖고 푼다. 최근에는 공장 건축의 구축 방법과 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직원 15명의 작은 사무실이 다루는 작업의 폭이 이렇게 넓을 수 있는 것은 그가 현대건축의 기본 원리를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구조, 재료, 공간의 원리만이 아니라 건축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체계와 그 생산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규정하기를 좋아하는 대중 사회는 조남호를 “목조의 건축가” “국내파”라 부르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를 훌륭한 아키텍트, 다시 말해 현대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과제를 공간적인 자원을 통해 풀어가는 건축가라 부르겠다.



조남호는
1962년 경기도 안양 출생. 서울시립대 건축학부에서 공부했다.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은 뒤 95년 솔토건축을 열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ARCASIA 금메달,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07년 독일건축박물관(DAM) 초청으로 한국현대건축전(Megacity Network)의 전시기획으로 ‘목재와 철근콘크리트가 혼합된 구법을 새로운 건축 유형에 융합하는 작업’을 전시했다. 대표작으로 신원동주택, 교원그룹 게스트하우스, 알즈너 콤플렉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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