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부' 선진국서 배운다]뉴질랜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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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고 효율적인 정부. IMF시대가 아니라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다.

이미 몇몇 선진국들은 지난 80년대부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나라일수록 오늘날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새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개혁의 참고가 될 주요국 사례를 살펴본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행정개혁을 이룬 나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뉴질랜드다.

지난 84년 뉴질랜드는 뉴질랜드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 외환거래를 중단할 정도로 국가적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가운데 하나였던 뉴질랜드 정부가 과도한 규제로 경제를 억누른 결과였다.

그해 선거에서 집권한 노동당 정부는 혁명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만큼 과감한 행정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0여년에 걸친 개혁으로 뉴질랜드는 환골탈태했다.

경제자유도와 정부정책의 질 (質) 은 전세계 1위, 국제화는 2위, 국가경쟁력 7위 등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 (WEF) 이나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등 유수한 평가기관들이 뉴질랜드를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점수를 매기기에 이르렀다.

뉴질랜드의 개혁은 당연히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다.

예컨대 87년 직원수가 4천2백3명이던 교통부는 95년 63명으로 줄었다.

개혁의 결과 전체인원의 1% 남짓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들은 입법안 마련, 운송분야의 장기전략 수립, 국제업무만을 담당하며 그밖에 육상.항공.해상교통의 안전관리 등 각종 정책집행 업무는 모두 기업화했다.

이같은 개혁 끝에 85년 8만5천3백78명이던 중앙정부 인력은 94년 절반이 안되는 4만1백58명으로 줄었다.

정부 전체를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 결과다.

뉴질랜드의 개혁은 84년 집권한 노동당 정부가 시작했지만 개혁을 완성한 것은 90년 집권한 국민당 정부. 노동당 정부는 자본시장, 물가.임금규제 철폐, 행정부 등 국가 전체에 대해 개혁의 칼을 들이댔지만 집권기반인 노동시장만은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보수당인 국민당은 집권하자마자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입법을 강행했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같은 개혁은 당연히 실업률의 급속한 증가와 사회불안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실업률이 10%를 넘었던 91년 노동조합원 10만명이 대대적인 시위에 나서고 범죄와 자살률이 급증했다.

그러나 개혁이 정착되면서 뉴질랜드 경제는 활력을 되찾았다.

개혁초기인 85년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2%.개혁이 한창이던 90년에는 마이너스 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개혁이 마무리 시점에 접어든 93년은 5.8%, 95년은 5.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과 함께 91, 92년 10.3%에 달했던 실업률도 95년엔 6.0%로 떨어졌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를 기치로 내세운 끝에 규제와 비효율의 상징으로 전락했던 뉴질랜드는 10년의 개혁을 통해 인허가와 사전조정.통제가 없는 '21세기형 국가' 의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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