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이용객 없어 텅빈 애물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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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의 범물공원. 등산 코스인 진밭골, 대구스타디움, 동아백화점 수성점 방향으로 갈라지는 용지네거리 옆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변이어서 주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한다.

대구시 범물동 범물 공영주차장에서 관리 직원이 청소하고 있다. 주차장에는 승용차 두 대만 덩그렇게 세워져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범물공원 지하에는 범물 공영주차장이 있다. 요즘 이 주차장에는 차량 두 대만 덩그렇게 세워져 있다. 월 주차 고객의 차량과 출고 대기 중인 승용차가 전부다. 주차장 관리 직원 김모(55)씨는 “종일 기다리지만 시간제 주차 차량은 한 달에 2∼3대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주차장 입구와 출구의 주차권 발매기도 철거돼 흔적만 남아 있다. 차량이 없다 보니 출구에는 아예 셔터가 내려져 있다. 주차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범물 주차장은 1993년 완공됐다. 이 일대 택지개발사업을 맡은 대구도시공사가 만들었다. 택지를 조성하면서 주차장 확보 규정에 맞추기 위해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설치한 것이다. 주차장 면적은 4053m²로 128대를 세울 수 있다.

주차장은 완공 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주차 수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공사는 2년 뒤인 95년 주차장을 대구시에 기부했다.

시는 대구시내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대구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1년 만인 96년 문을 닫았다가 2001년 다시 개장했다. 시설 노후화를 막기 위해 손님이 없더라도 운영키로 결정했다. 관리 직원도 배치했다. 계속 적자를 내던 시설관리공단은 2003년부터 현대·기아자동차의 출고 차량 대기장으로 주차장을 개방했다. 대당 월 2만원의 주차료를 받아 매년 30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렸다. 공단의 김홍태(51) 주차운영팀장은 “관리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출고 차량 주차장으로 활용했지만 경기침체 탓에 지난달부터 출고 차량마저 끊겼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은 동아백화점 수성점과 이 일대의 병·의원 등을 찾아다니며 주차장을 홍보했다. 주차요금이 하루 4000원, 월 3만원으로 민영보다 싸다는 점을 알렸지만 고객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주차장 이용자가 적은 것은 위치 때문이다. 이곳은 상가 밀집지역에서 400여m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주차장 옆에는 차량 통행이 뜸한 도로(일명 카페골목)가 있어 불법주차 차량이 많다. 용지네거리∼파동 도로가 개설되지 않고 산으로 막혀 있어 승용차·트럭의 노상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은 “차량을 세울 곳이 많은데 누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활성화 대책은=시설관리공단은 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택시인 나드리콜의 차고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사는 장애인이 택시를 이용할 경우 신속하게 배차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한시적으로 택시회사에 차고지로 임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은 장기적으로는 주차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용지네거리∼파동 도로가 2012년 개통되면 도로변에 불법으로 주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종점이 용지네거리여서 2014년 말 개통되면 환승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주차장의 위치를 몰라 인근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권삼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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