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동아시아 국가들 정치개혁 안되면 경제발전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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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정치적 개혁 없이 경제발전도 없다' 는 해묵은 명제를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를 갖췄지만 내용적으로는 집단주의.통제 위주의 정치.온정주의와 같은 요소들을 그대로 간직해왔다.

이같은 특성은 경제부문에서 비효율적인 금융시스템과 '인간관계 중심의 자본주의' 로 이어졌다.

분단된 한국, 화교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등 인종.집단.계층.종교상으로 인한 갈등이 엄청나다.

자연히 극단주의자들이 생겨나고 정치는 인기영합주의로 흐르게 된다.

그동안 각국에서 독재정치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볼 때 '경제발전은 제도화된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써 가능하다' 는 명제가 타당성이 있다.

하나 같이 민주화과정을 거쳐 선진화를 이룩한 서구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당장 동아시아의 시장 자체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예를 보자. 독재자의 권위만으로 정치를 유지하다 보니 그의 건강이 허약하다는 점 하나만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볼 때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다섯가지의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군대의 정치세력화를 막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이뤄졌고 태국도 어느 정도 가능할 듯 보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이것이 매우 시급하다.

둘째, 사업적 이해관계가 다양해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각기 다른 경제주체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데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획일적인 한국보다 기업인들의 서로 다른 주장이 난무하는 대만이 현재 더 건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개별국가 차원에서 벗어난 정치세력들이 필요하다.

인권.환경 등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비정부기구 (NGO) 들이 좋은 예다.

이들은 행정.사법.입법부가 삼권분립 대신 서로 결탁하는 것을 감시하고, 아울러 다양한 목소리로 정책의 투명성을 유도하면서 책임까지 묻는데 적격이다.

넷째, 제도화된 정치구조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예 '제도' 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또한 제도를 통해 서로 독립적이고 경쟁하는 정치권력 구조를 갖고 있다기 보다 서로 결탁하는 연고위주의 구조에 가깝다.

다섯째, 국가들끼리의 상호 감시다.

남의 일에 모른 체하는 것이 아시아의 미덕인지는 몰라도 캄보디아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밀림화재가 아시아를 뒤덮는데도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리 =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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