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손잡고 ‘꼬모 에스타스’ 인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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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04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깜짝 해빙’무드를 연출했다. 이날 미주기구(OAS) 제5차 정상회담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나서다. 차베스는 남미 국가 지도자 중 반미 성향이 가장 강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그를 ‘악마’ ‘미치광이’ ‘알코올 중독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오바마 잇따른 ‘남미 프렌들리’ 행보

먼저 다가선 것은 오바마였다. 오바마는 정상회담 개막 전 호텔 미팅룸에서 차베스를 발견하고 룸을 가로질러 걸어가 인사말을 건넸다. 미국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 인터넷판에 따르면 오바마는 ‘꼬모 에스타스?’(‘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며 악수를 청했다.

이에 차베스는 “나는 8년 전 이 손으로 부시 전 대통령과 악수했다. 나는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영어로 답했다.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다정하게 악수했다. 오바마는 차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회의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차베스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정권을 대표한다. 그는 특히 주변국 정상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 하루 뒤 연단에 서서 “이 자리에 악마가 다녀갔다. 여전히 유황 냄새가 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TV 연설에선 부시를 겨냥해 “차기 미국 대통령은 미치광이 술 주정뱅이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도는 덜했지만 오바마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2일 오바마를 “유식한 척하는 바보(ignoramus)”라고 불렀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 시절 소원해진 미국과 중남미 간의 관계 복원을 꾀하고 있다.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시대가 변했다. 더 높은 파트너도 더 낮은 파트너도 없다”며 평등한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트오브스페인에 도착해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된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목표로 쿠바의 특별한 제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차베스는 미국이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쿠바의 OAS 재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바마는 17일 저녁 정상회담 개막 연설을 통해 “우리는 미주개발은행(IDB·라틴아메리카 개발을 돕기 위한 은행)의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 출신의 호세 미겔 인술사 OAS 사무총장은 17일 47년 전 OAS에서 쫓겨난 쿠바가 OAS에 재가입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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