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바지 '닉스' 태승트레이딩 홍선표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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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불황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무조건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사고의 전환이 불황을 찬스로 만듭니다.”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미국산 청바지에 맞서 '닉스' 브랜드로 국내시장을 지키고 있는 태승트레이딩의 홍선표 (洪宣杓.45) 부사장은, IMF (국제통화기금)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 (趙東成) 교수의 부탁을 받고 이런 내용의 특강을 하기도 했다.

洪부사장은 국산 청바지 돌풍의 주역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洪부사장이 94년 합류한 이후 태승은 1년여만에 게스.리바이스등 외제가 휩쓸던 국내 청바지 시장을 제압해버렸다.

그것도 10만원대 '고가' 제품으로. 3년동안 청바지만 1백20만벌을 팔았고, 최악의 불황이라는 올해도 30%의 신장세를 보여 1천8백억원 매출에 50억원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요즘 10대 청소년사이에서 닉스.스톰을 모르면 간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그는 이런 성공 배경에 대해 "10대를 겨냥한 제품은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면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한 데서 나온다.

'어떻게 하면 롱다리로 보일까' 하는 청소년의 고민에 착안, 청바지 뒷단을 길게해 다리가 5㎝정도 길어 보이도록 했는데 대 히트를 쳤다.

"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재 방식도 독특하다.

洪부사장의 사무실 출입문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돼있고, 자신은 불혹을 넘은 나이지만 머리에 빨강.노랑색 물을 들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20대 여성디자이너들과 맞담배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이 결재시간이다.

그들의 생각에 맞추기 위해 자신도 비슷한 옷을 입는다.

건국대 축산과 출신인 그가 의류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76년 캐나다로 이민, 이나라 최고의 여성브랜드 '누모드' 에서 일하면서부터. 그후 10년만에 한국지사장으로 역이민온뒤 90년 4명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베이직' 진을 탄생시키며 독립했고 섬유회사인 태승에 합류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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