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골프] '아르헨티나 골프 영웅' 앙헬 카브레라 역전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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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의 신은 결국 아르헨티나의 골프 영웅 앙헬 카브레라(40)의 손을 들어줬다.
카브레라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끝난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케니 페리,채드 캠벨(이상 미국) 등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우승했다. 2007년 US오픈에서 우승했던 카브레라는 2년만에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되면서 PGA투어 2승을 모두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반면 최고령 우승을 노렸던 48세의 페리는 16번홀까지 2타차의 선두를 달렸지만 17,18번홀에서 잇따른 보기로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카브레라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전날 열린 KPGA투어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에서 최상호(54)가 최종 4라운드 17,18번홀에서 잇따른 보기로 우승을 놓친 것과 흡사한 장면이었다.

카브레라에겐 극적인 역전승이었지만 페리에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법한 경기였다. 페리는 17번홀(파4)에서 칩샷이 그린을 지나치면서 보기를 했고, 18번홀에선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세번째 샷만에 온그린했지만 약 5m 거리의 파퍼팅을 놓치면서 카브레라와 캠벨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반면 카브레라는 15,16번홀 버디로 기사회생하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번째 홀에선 캠벨이 보기를 하면서 승부는 카브레라와 페리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10번홀(파4)에서 벌어진 두번째 연장전. 카브레라는 두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페리는 두번째 샷을 그린 왼쪽으로 당겨치면서 칩샷마저 홀을 한참 벗어나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카브레라는 "너무 기뻐서 말을 못하겠다. 2년 전 US오픈에서 우승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선배 로베르토 디 빈센조가 그린재킷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제 진짜 그린 재킷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페리는 1996년 PGA 챔피언십에서도 마크 브룩스(미국)에게 연장전 패배를 당한 뒤 13년만에 다시 잡은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도 날려버리고 말았다.

페리는 "다시는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4라운드 18번홀에서 마지막 파퍼팅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데 만족한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필 미켈슨(미국)은 합계 9언더파로 5위, 타이거 우즈(미국)는 8언더파로 공동 6위에 올랐다.마스터스 데뷔전에 나섰던 앤서니 김(나이키골프)은 마지막날 2타를 까먹고 공동 20위(합계 2언더파)를 차지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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