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남북분산개최 가능성 커졌다…아벨란제 2002년 월드컵참가 공식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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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002월드컵의 남북 분산개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앙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 (FIFA) 회장이 지난 3일 북한에 2002월드컵 참가를 공식 촉구하는 팩스를 보내는 한편 4일 FIFA 집행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벨란제 회장은 북한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오는대로 직접 북한을 방문, 2002월드컵 분산개최 문제를 확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벨란제 회장이 북한에 2002월드컵의 참가를 공식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FIFA의 이같은 움직임은 평양에서 2~4개의 월드컵 본선경기가 벌어짐과 함께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2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로 결정된 이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북한의 참여를 거론했을 때만 해도 그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우선 아벨란제 회장 자체가 "남북 분산개최는 통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FIFA 집행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한국방문시 "남북한 정상을 98프랑스월드컵에 초청하겠다" 는 의견을 밝혔던 아벨란제 회장이 이번에 다시 북한의 참여를 공식 요청했고 집행위에서도 특수한 케이스로 이를 인정했다.

따라서 2002월드컵 남북 분산개최는 북한이 한국과 아벨란제 회장의 제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분산개최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지난 93년 10월 카타르에서 벌어진 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지막으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북한은 5일 중국 광저우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여자축구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을 신청해 놓고 있다.

북한의 개방 움직임과 때를 맞춰 아벨란제 회장의 공식요청으로 북한이 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고 따라서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의 월드컵 경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와 관련, 정몽준 회장은 "북한의 참여가능성에 대비, 연말에 확정할 경기장 가운데 하나를 유보해 둘 생각" 이라고 말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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