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은 무슨…" 흥청망청…대전유성·둔산 유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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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8일 0시20분 충남대전시유성구 R나이트클럽. 개장 첫날을 맞아 이곳에는 일찌감치 소문을 듣고 온 1백여명이 1백70여평의 홀과 무대를 가득 메운 채 한 유명 영화배우의 리드에 따라 술에 흠뻑 취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어려운 국가경제를 비웃듯 새벽 5시까지 쉬지않고 밤을 보냈다.

비슷한 시각,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P나이트클럽도 밤새도록 사람들로 흥청댔다.

한쪽 구석에 마련된 룸의 테이블엔 수십만원하는 고급 외제 양주병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던 번쩍거리는 옷차림의 20대 남자는 "경제난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다.

피부로 느끼게 되면 그때부터 씀씀이를 줄이겠다" 고 당당히 말했다.

최근 대다수 국민들이 외화모으기.절약운동등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모으고 있는데 반해 대전 유성구.둔산신도시 일대에선 대형 나이트클럽등 호화향락업소가 줄어들기는 커녕 잇따라 문을 열어 성업중이다.

유성구의 경우 경제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에만 7백평 규모의 J클럽등 대형유흥업소 5곳이 새로 개업해 밤새도록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대형 유흥업소가 한 곳도 없던 둔산신도시에도 지난 7월 K클럽이 문을 연데 이어 최근 몇달새 4~5곳의 룸싸롱이 등장했고 몇달안에 3~4곳의 룸싸롱이 더 개장할 예정이다.

유성구청 한 관계자는 "불황에도 고급 술집은 잘되는 곳이 많아 신도시나 유흥가가 밀집된 유성에 대형 호화유흥업소가 느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유성구 주민 金모 (35.회사원) 씨는 "아무리 관광특구라고 하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절약하는 사람 따로 있고 마구 쓰는 사람 따로 있으면 위기 극복이 되겠느냐" 고 말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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