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나우] 미국 시민권 보장받고 미군 간 한국인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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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 내 육군 모병소 앞. 회색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 40여 명이 오른손을 들어 “미합중국과 육군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엄숙히 선서를 했다. 마주 서 있던 전투복 차림의 조지 케이시 미 육군총장은 대견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미 육군 신병들의 입대식 광경이다. 이들 중에는 특별한 16명이 섞여 있었다. 사상 처음 미국 시민권을 받기로 약속받은 뒤 입대하는 외국인들이었다. 이들은 시민권은 물론 영주권도 없다. 외국 유학생이나 단기연수생 등의 신분으로 몇 년씩 체류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꿈꿔온 사람들이다.

이라크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장기전을 치르게 된 미국 정부는 입대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려 왔다. 전과자에 대한 입대 제한 완화 등 각종 방안을 동원하고도 병력난이 풀리지 않자 결국 시민권 부여를 내걸고 미국 내 외국인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 ‘비영주권자 모병프로그램(MAVNI)’은 특히 부족한 의사·간호사 등 의료요원과 아랍어·한국어 등 특수언어 구사자들을 충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군의관·간호사는 3년, 특수언어 구사자는 4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올 2월 말부터 지원자들을 받은 미 국방부는 올해 1000명까지 뽑을 계획이다. 그동안 이날 선서식을 한 16명을 포함해 52명이 MAVNI 대상자로 선발됐다.

그런데 52명 중 최소 24명이 한국어 구사자다. 뉴욕 타임스는 2일 “그동안 4800여 명이 응모해 52명이 합격했다”며 “이 중 최소 24명이 한국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 힌두어 11명, 중국어 9명, 아랍어 3명이다. 또 “응모자의 절반가량이 한국어나 중국어 구사자들이고, 그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는 보도도 있다. 이 같은 비영주권자 입대가 계속 늘어나면서 미군에 들어가는 한국인도 많아질 게 틀림없다. 특히 병역을 마치지 않은 남자 유학생도 다수 섞여 있을 공산이 크다. 구직난이나 미국 정착을 위해 미군에 입대하는 한국 젊은이가 많아질 거라는 얘기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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