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절반 생산 옹기마을엔 ‘장독·항아리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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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2009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입장권 판매가 시작되는 등 울산의 옹기문화가 세계인을 맞을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엑스포조직위는 외국인 8만명을 포함해 총 126만명의 관람객을 유치, 옹기에 깃든 친환경·웰빙문화를 확산시켜 도시 이미지를 확 바꿔놓을 계획이다.

1일 울산 외고산옹기마을의 한 야외 옹기전시장. 옹기체험을 하러 온 관광객이 아이들과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기원 기자]


◆웰빙 붐 탄 옹기=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 마을입구부터 온 동네가 옹기종기 옹기로 뒤덮혔다. 한 집 건너마다 옹기 가마가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고 사이사이로 옹기엑스포 행사장 건립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 40개 남짓한 전국의 전문 옹기공장 가운데 10개가 몰려 있는 마을이다.

외고산옹기협회 신일성(67) 회장은 “세계에서 옹기 만드는 곳은 한국 뿐이고 그 중에서도 절반은 여기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곳이 전국 최고의 옹기촌이 된 것은 1957년부터. 경북 영덕의 옹기장인 허덕만씨가 6·25 전란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왔다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전국의 도공들이 집결했다. 질 좋은 점토 흙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아 옹기 제작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데다 인근의 동해남부선 남창역은 부산 자갈치시장, 서울 남대문시장, 미국 등 외국으로 실어나르는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해줬다.

60~70년대에는 350여 명의 옹기장인과 도공들이 몰려들어 전성기를 누렸다. 80년대초 플라스틱 그릇이 쏟아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지금은 40명 남짓의 도공들만 남아 맥을 이어가고 있다.

20여년간 도시민의 생활공간에서 자취를 감췄던 장독과 항아리·뚝배기가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옹기가 미세한 공기구멍을 만들어 음식물의 발효를 돕고, 음식물이 썩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주목받은 것.

신 회장은 “평일에도 하루 1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옹기를 사거나 만들기 체험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손님맞이 112개 프로그램=울산시는 ‘숨쉬는 그릇, 미래를 담다’를 주제로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31일간 울산대공원과 외고산옹기마을 2곳에서 세계옹기문화 엑스포를 개최한다. 울산대공원을 들어서면 4개 국어로 환경·웰빙 설치물을 장식한 105m 길이의 엑스포 소통의 광장이 펼쳐진다.1000개의 옹기로 만든 옹기탑, 옹기형상을 응용한 반투명 옹기터널을 지나면 옹기를 만드는 흙·물·바람·불 등 자연의 4요소를 상징하는 ‘자연이 머문 상자’→입체영상관→옹기과학관→흙길 갤러리→한국옹기존→세계옹기존…제1,2공연장…퓨전식당 등이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코스를 돌면서 옹기제작과정, 된장과 김치 만드는 과정, 흙과 유약 및 가마가 빚어내는 옹기의 과학적 기능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옹기사랑 걷기대회, 축하공연을 곁들인 개막식, 국내 최고의 연출가와 울산 연극인이 함께 엮는 주제공연, 옹기 만들기 체험, 국내외 조각가 초청 제작시범, 국제학술심포지엄, 명사 초청강연 등 이벤트가 풍성하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국내 최대 옹기집산지를 보여주면서 울산시 지정 인간화재인 옹기장들의 제작 시연, 옹기 만들기 체험, 옹기마을 안내 3D 입체영상 상영, 각종 전통문화 공연 등이 행사기간 내내 펼쳐진다.

조직위 장세창 사무총장은 “세계인의 관심사인 웰빙·건강·친환경 테마에 딱 들어맞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옹기와 발효식품 문화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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