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연합' 메이히데,여소야대 아르헨티나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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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르헨티나 두 여걸 (女傑) 간의 맞대결은 야당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26일 실시된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중간선거 부에노스아이레스주 (州) 선거구에서 야당연합 (급진당과 프레파소) 의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 (66) 는 집권 페론당의 힐다 두알데 (51) 를 따돌림으로써 99년 야당 대통령후보를 향한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했다.

메이히데는 70년대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아들을 잃고 실종자 가족협회인 '5월광장 어머니회' 를 이끌어온 인권운동가 출신. 따라서 그녀의 삶은 투쟁으로 일관돼 왔다.

그래서 트레이드 마크는 '눈물' .프랑스어 교사를 지내기도 한 그녀는 이후 야당인 프레파소의 공천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특히 '구수한 할머니상' 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 그녀는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 승리를 일궈냈으며 현지언론은 저마다 그녀를 야당 대통령후보감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대통령후보를 고사한다.

그럼에도 이번에 그녀를 '얼굴마담' 으로 내세운 야당연합이 내친 김에 대통령후보로까지 옹립할 태세여서 99년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그녀는 여당이 '제2의 에바 페론' 이라 부르며 내세운 두알데와 대결을 펼친 끝에 승리를 거머쥐어 향후 정치적 입지가 더욱 굳어졌다.

게다가 두알데의 남편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이 여당 대통령후보 선두주자여서 이번 두 여걸간 맞대결은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기도 했다.

물론 두알데 역시 메이히데와 동반당선됐다.

아르헨티나 의원선거는 여야가 후보리스트를 작성한 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게 돼있다.

따라서 여야 후보리스트 1번인 메이히데와 두알데 모두 당선된 것. 그럼에도 두 여걸이 선거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메이히데 승리, 두알데 패배" 라고 현지언론은 말하고 있다.

한편 야당연합은 아르헨티나 인구의 37%를 점하는 최대 선거구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메이히데의 승리에 힘입어 10년만에 여소야대를 일궈냈다.

2백57석중 절반인 1백27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선거구 정당득표율은 야당연합 47%, 여당 35%로, 반수에서 겨우 2석 넘던 1백31석의 여당의석은 10석이나 줄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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