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가는 아르헨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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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6일 아르헨티나 하원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여소야대 (與小野大)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집권 페론당 의석수는 2백57석중 1백31석. 과반수보다 겨우 2석 더 많다.

그러나 절반정도인 1백27석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당이 적게는 7석, 많게는 15석까지 의석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일간지들도 야당연합의 승리를 예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에 이어 중남미에서 올해에만 두번째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10년만에 집권당의 패배가 유력시되는 이유는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의 인기하락▶높은 실업률과 가난 때문이다.

사실 집권초 메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89년 집권한 그는 연5천%라는 살인적 인플레를 한자릿수로 잡는데 성공, 94년 단임제를 중임제로 고쳐 재선에 성공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8%로 예상되고 인플레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여세를 몰아 3선개헌을 추진하려는 야망까지 갖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 (16.1%) 과 빈곤을 극복하는데 실패, 지지기반인 하층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중산층.부유층도 야당을 선호, 이래저래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제1, 2야당인 급진당과 프레파소는 이같은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연합공천으로 맞섬으로써 페론당을 더욱 옥죄고 있다.

특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 (66) 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출마시켜 야당붐을 조성중이다.

그녀는 70년대 군사정권에 의해 아들을 잃고 실종자가족단체 '5월광장 어머니회' 에서 핵심활동을 펼친 인물로 99년 대선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여당은 메이히데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의 부인 힐다 두알데 (51) 를 내세워 '제2의 에바 페론' 이미지 이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넴도 "야당이 집권하면 인플레 악몽이 되살아날 것" 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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