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51>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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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16면

여자 골퍼의 아버지는 대부분 ‘골프 박사’다. 신지애(21)의 아버지 신재섭(49)씨도 마찬가지다. 골프에 대한 지식이 웬만한 티칭 프로 못지않다. 최근 신재섭씨와 식사를 하면서 딸을 어떻게 훈련시켰는지 설명을 들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신씨의 입을 빌려 골프 이론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싱글 되려면 거리감부터 익혀라

“골프를 칠 때 중요한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나는 거리 감각을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프로건 아마추어건 마찬가지지요. 100야드 내외의 거리에서 정확하게 거리를 맞춰 샷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지애는 어렸을 때부터 연습 라운드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대신 파3 홀이 잇따라 있는 간이 코스에 나가 샷 거리 연습을 했지요.

예를 들어 1번 홀이 100야드라면 여기서 다섯 차례 이상 샷을 한 뒤 다음 홀로 넘어가요. 2번 홀은 80야드, 또 다섯 차례 샷을 해본 뒤 3번 홀로 넘어가는 거지요. 다음 홀은 120야드, 이런 식으로 며칠 동안 훈련하는 거예요. 지난해 서희경 프로가 광주에 내려왔는데 제가 이런 방법으로 훈련해 보라고 권했어요. 처음엔 거리가 들쭉날쭉하더군요. 그런데 일주일가량 시간이 흐르니깐 다섯 차례 중 네 번은 1m 거리 이내에 공이 모여요.

이런 훈련하다 보면 개인별로 가장 자신 있는 거리가 생겨나요. 예를 들어 지애는 80야드 샷은 자신이 있다고 하지요. 100야드 이내에 걸리면 10번 가운데 8~9번은 핀 1~2m 거리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겁니다.

지애가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할 당시 스코어가 18언더파였는데 이 가운데 파5홀에서만 (버디 또는 이글로) 13타를 줄였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 파3나 파4홀과 달리 파5홀은 100야드 이내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단 말입니다. 자연히 핀 가까이에 공을 떨어뜨릴 확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버디도 나오게 되는 거지요. 물론 버디를 잡아내려면 퍼팅도 잘해야겠지요.

퍼팅 훈련은 어떻게 하느냐. 지애는 요즘도 하루에 4~5시간씩 퍼팅 훈련을 해요. 동료 선수들이 놀라요. 그 선수들이 18홀을 도는 동안 지애는 연습 그린에서 퍼팅 훈련만 하니까 말이지요. KLPGA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했던 2006년 겨울에도 퍼팅 훈련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요. 1.5m 거리에서 퍼팅을 해 30개 연속 홀에 떨어뜨려야 다음 홀로 넘어가는 식으로 훈련했어요. 그 결과 지애는 1.5m 거리에서 136개 연속 퍼팅을 성공시킨 기록도 갖고 있어요.

가끔 다른 사람들이 ‘티칭 프로를 선택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요. 나는 ‘골프를 배우는 사람과 체격이 비슷한 티칭 프로를 선택하라’고 대답하곤 해요. 선생과 제자의 체격 조건이 비슷해야 효과적으로 골프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에요. 나는 선수의 성적은 부모의 뒷바라지가 51%, 선수 본인의 노력이 49%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단 뜻이에요. 아, 내 골프 실력이 어느 정도냐고요. 8년 전 싱글을 친 뒤 골프를 끊었어요. 당구 실력은 800쯤 되지요. 내 생각엔 당구를 잘 치는 사람이 퍼팅도 잘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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