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카스트로 동생을 후계자로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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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쿠바에서 '형제세습' 이 이뤄졌다. AP통신은 12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제5차 전당대회 폐막일인 지난 10일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66) 국방장관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카스트로는 폐회사에서 "라울은 나보다 더 젊고 정력적이라 많은 시간을 책임질 수 있다" 며 쿠바가 라울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써 카스트로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동생에로의 권력 이양을 공식화한 셈이다.

카스트로 사후 (死後) 를 이을 라울은 59년 형을 도와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한 '혁명 1세대' .형과 함께 혁명을 이끌면서 여러번 투옥되기도 한 그는 서방세계엔 골수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방의 쿠바 전문가들은 "라울만큼 강경파는 없을 것" "형보다 더욱 카리스마적" 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그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초 수도 아바나의 한 호텔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미국이 개입돼 있다" 고 주장할 정도로 미국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도 경제문제 만큼은 개방적인 면이 강해 형인 카스트로 대통령이 경제개혁에 난색을 표명할 때마다 강한 어조로 "개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고 형을 설득해왔다.

게다가 형이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을" 이라고 역설해온 것과 달리 국방장관이면서도 "콩 (식량) 이 대포 (군비확대) 보다 훨씬 중요하다" 고 강조해왔다. 때문에 향후 그가 이끌 쿠바는 자본주의 요소 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제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카를로스 라헤 (45) 국가평의회부의장.로베르토 로바이나 (41) 외무장관등 젊은 관료들이 권력 핵심에 포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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