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뷰]아서 밀러의 영화 '마녀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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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7세기말 미국 이주민 역사의 발상지인 메사추세츠 주의 세일럼. 이곳은 마녀 사냥이라는 추악한 역사를 대표하는 곳이다.

겉으로는 숭고한 신앙심으로 가득찬 청교도들이 희망의 신대륙에 와서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시기심과 이기주의의 단적인 예가 마녀사냥이다.

이러한 치욕의 역사는 사실 극작가 아서 밀러의 작품 '크루서블 : 세일럼의 마녀'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프랑스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도 각색해서 무대에 올린 바 있는 이 작품을 밀러 자신이 영화로 각색해 올해 내놓았다.

밀러의 아들 로버트가 제작자로 나섰고 '조지왕의 광기' 등 영국의 정통파 사극 연출자인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감독을 맡은 것도 특기할 일이다.

게다가 최고의 미남 미녀라고 할 수 있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나무랄데 없는 명연기를 펼치고 조연들까지도 고전적인 작품을 스크린에 옮겨 놓는데에 부족함이 없는 연기를 펼친다.

집단의 위선과 개인의 양심, 선악의 솔직한 판단, 뿌리깊은 증오와 사랑 등 인간사에서 줄곧 문제가 되어온 도덕적 주제들이 긴장감을 자아내는 무거운 작품이다.

위노나 라이더는 그동안 착한 여자의 이미지와는 달리 종교적 도덕률을 거스르고 자신의 욕망과 질투심으로 음모를 실천하는 요부의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또래의 소녀들을 부추켜 숲속에서 금기시되는 악마 의식을 거행하며 성적인 욕망을 분출시킨다.

악마 의식이 마을 어른들에게 들키자 어린 소녀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악마에 의한 강요였다는 거짓자백을 하게되 무고한 마을 주민 19명이 처형당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의 존경받는 농부인 프록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는 종교적인 위선을 고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항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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