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독자 브랜드로 미 쇠고기 시장 뚫은 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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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에서 육류 유통업으로 성공한 김원호(미국명 워너 김.51.사진) 사장이 전미 인종단체연합회(NECO)가 주는 올해의 엘리스 아일랜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86년 제정된 이 상은 매년 이민자 중 뛰어난 업적을 쌓은 100여 명에게 수여되는데, 올해 수상자 중 동포는 김 사장을 비롯해 부동산 개발회사인 레이니어그룹의 홍성은 회장, 김요현 맨해튼 한인회장, 최영대 뉴욕시경 자문위원 등 4명이다.

미국 동포 중 이 분야에서 유일하게 고유 브랜드(워너 미트)를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 김 사장은 한해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기 질이 좋기로 소문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대형 도축장을 미국인들과 공동 운영하고 있는 그는 미국 마켓 일부와 한인 사회에 쇠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뉴욕.뉴저지.워싱턴 등 미 동부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대부분 그가 공급하는 고기맛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인 육류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자로 뽑혔다는 소식에 김 사장은 "미국 쇠고기를 많이 팔아준 공인가"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국에서 의류 수출회사에 다니다 83년 미국으로 유학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망한 육류회사를 인수하면서 뉴욕 브롱크스의 헌츠포인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미 동부지역의 육류.야채 집산지인 이 곳은 텃세가 세고 거칠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탈리아계와 유대계가 주름잡아온 이 시장에서 그는 특유의 뚝심과 신용으로 뿌리를 내려갔다. 갖은 고생 끝에 87년 '워너 미트'란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그는 번 돈으로 음악가들을 후원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는 뉴저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장을 6년째 맡고 있다. 그동안 그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한인 음악가들이 족히 50명을 넘는다.

그는 매일 오전 4시면 집을 나선다. 대신 저녁엔 일찍 귀가해 가족과 늘 함께 한다. 사업에 쓸 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에 아직도 골프는 배우지 못했다고 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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