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생태계 파괴하는 인도네이사 산불 국제적 대응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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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보르네오).수마트라섬을 중심으로 6월께부터 확산되고 있는 산불은 이미 30만㏊ 이상의 삼림을 태웠다.

또 산불이 내뿜는 연기는 인근 국가까지 뒤덮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충분히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기 추락사고도 산불에 의한 연기가 원인의 하나로 추측되고 있다.

산불의 기세는 쇠퇴할줄 모르고 12월 무렵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팜유와 고무농장의 개발업자가 손쉽게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불을 놓거나, 화전민에 의한 부주의한 방화가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산불은 매년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는 엘니뇨 현상에 의한 기상이변으로 강우량이 극도로 적었기 때문에 대규모 산불로 확산되었다.

엘니뇨 현상이 일어나면 서부 적도태평양 지역은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진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 몬순이 발달하지 못해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 한발이 들게 된다.

반면 따뜻한 바닷물은 동쪽으로 이동해 열대 중부 태평양에서 구름이 발생하고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

82, 86년에도 대규모 엘니뇨가 발생했고 특히 82년의 경우 보르네오에 큰 산불이 발생했다.

지구환경문제가 걱정될 만큼 건조에 의한 산불과 지구온난화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으로 비가 내리는 장소가 동쪽으로 옮겨졌을 뿐 온난화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고 한다.

그러나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단계고,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중위도 지대가 건조하게 된다는 예측이 있다.

기온이 상승하고 건조해도 생태계는 서서히 변화할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재앙처럼 건조할 경우 산불이 일거에, 엄청난 규모로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이 해수면 상승에 의한 피해만으로 단순히 끝나지 않는다는 경고다.

또 대규모 산불은 그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것이고 없어진 삼림만큼 이산화탄소 흡수원의 감소를 의미한다.

30만㏊의 소실이라고 한다면 세계의 1년간 삼림감소의 수%에 해당한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피해와 경제적 손실 방지는 물론 온난화 방지라는 의미에서도 이번과 같은 산불에 국제적인 대응책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리 = 이철호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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