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157조사 부처 이기주의에 겉돈다…식품안전본부-수의과학연구소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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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27일 미 농무부가 한국에 수출한 쇠고기의 병원성 대장균 O - 157:H7균 감염여부를 '더블체크' (재조사)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번 O - 157균에 감염된 쇠고기를 수출한 IBP사 (社) 게리 마이켈슨 대변인은 "아직 한국정부로부터 공식통보가 없었으며 사실로 판명되면 감염 쇠고기를 폐기하겠다" 고 말했다.

이처럼 미 농무부나 수출업자는 아직 O - 157균의 검출사실 자체를 불신하는듯한 태도다.

자체 연구진을 파견, 진상조사를 한 뒤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국내 학계는 미국의 이런 '의심' 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월 식의약품안전본부가 쇠 간에서 O - 157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 식의약품안전본부와 농림부 산하 수의과학연구소가 1년넘게 진위 (眞僞) 여부에 대해 공방을 벌이고 있음이 미국에도 소문났기 때문. 두 기관의 공방은 수의과학연구소의 O - 157균 분양 요청을 안전본부가 "독성시험.DNA 프로필등을 조사중이어서 분양할 수 없다" 며 거절한데서 시작된다.

안전본부 독성연구소 박종세 (朴鍾世) 소장은 "O - 157균 검출사실이 보도되자마자 바로 '믿지 못하겠다' 고 반박한 기관에 어떻게 세균을 분양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이 공방은 세균분양 대신 수의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안전본부에서 공동 확인검사를 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이번엔 공동검사 결과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완전히 엇갈렸다.

수의과학연구소가 생화학검사 결과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또다른 검사를 요구하자 안전본부측이 더이상의 검사는 무의미하다며 거절했다.

결국 공동검사는 수의과학연구소측 연구진이 3일만에 철수해 끝났으며 청와대 조정으로 미 질병통제센터 (CDC)에 확인검사를 의뢰키로 합의, 샘플을 들고 CDC를 찾아갔으나 '사람에서 얻은 샘플이 아니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 는 이유로 검사조차 거절당했다.

전문가들은 결과도 받지못할 검사를 미국에 의뢰한 것은 경위야 어쨌든 국고낭비.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축산 관계자들은 "안전본부의 서두른 발표로 지난해만 2백52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금이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고 주장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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