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혁위해 리더십 필요" 총장들 목소리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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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 총장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총장직선제가 확산되면서 학생.교수협의회.직원 노조의 위상이 상당히 높았다.

한때는 이들이 대학을 외압에서 지켜내고 학내 민주화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대학개혁이 시급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런 점들이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강력한 리더십' 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총장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국 대학총장 여름 세미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숭실대 어윤배 (魚允培) 총장은 "그동안 대학의 민주화에 기여한 총.학장 직선제와 직원노조의 결성, 학생회의 대학행정 참여 주장과 투쟁 등이 이제는 대학이 세계적인 안목으로 체계있고 장기적인 개혁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고 주장했다.

魚총장은 이어 "총장이 경영혁신을 하려면 대학 구성원과 외부집단의 심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치는데 욕먹기를 두려워한다면 경영혁신을 위한 발걸음을 한발짝도 앞으로 내디딜 수 없다" 며 총장의 '강한 추진력' 을 강조했다.

부산대 윤수인 (尹洙仁) 총장은 "30여년간의 대학 소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며 "총장들은 학문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학생자치활동, 외부인사가 참가하는 학내 집회.서명운동.여론조사.확성기 사용 등을 통제하는 새로운 학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고 제안했다.

동국대 송석구 (宋錫球) 총장은 교육부 이명현 (李明賢) 장관과의 대화시간에 "총장이 좀더 대학개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단측이 모두 쥐고 있는 대학교수.직원 인사권의 일부를 총장에게 이양해야 한다" 고 밝혔다.

최근에는 고려대가 일부 보직교수 임용방식을 놓고 홍일식 (洪一植) 총장과 교수협의회가 대립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원장과 학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총장이 교협의 동의를 받아 임명해왔으나 洪총장이 지난달 교협의 동의없이 임명하겠다고 통보, 교협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사립대 총장들은 재단에 인사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 직원 인사권은 재단이사장이, 학사운영권은 총장이 각각 갖도록 돼 있지만 일부 대학의 총장은 재단이사장의 위임을 받아 임용권을 갖고 있다.

덕성여대가 최근 서울 22개교.지방 55개교 등 77개 사립대의 인사권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4개교는 재단이사장이, 23개교는 총장이 각각 교수 인사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덕성여대 사태' 는 이런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덕성여대 사태는 지난 6월 교육부의 특별감사로 재단이사장의 지나친 학사행정 간섭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덕성여대 사태는 총장도 이사회 임원이 되고 교내 인사권의 일부를 총장에게 위임할 것을 총장이 재단이사장에게 요구한 것이 갈등의 핵심" 이라며 "과거에는 재단이나 교수.학생의 눈치를 보는 총장들이 많았지만 개혁시대를 맞아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총장들이 늘었다" 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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