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3백년만에 의회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스코틀랜드에 독자적인 의회 개설을 허용하고 연방 징세권의 일부 이양을 골자로 하는 권한이양 (디벌루션) 계획이 11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스코틀랜드 의회 설치에 관한 법안엔 전체 투표자의 74.3%가, 의회에 부분적으로 징세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엔 63.5%가 찬성했다.

이로써 약 3백년만에 스코틀랜드 의회가 부활하게 됐다.

현재 계획은 오는 99년 상반기 선거를 거쳐 2000년 의회를 개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안에 영국 의회가 투표 결과를 추인하고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여왕이 내년에 칙허 (勅許) 를 내려야 한다.

스코틀랜드에 연방의 권한을 이양하자는 게 노동당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주민투표는 지난 5월 총선 승리에 이어 노동당의 또 한번의 정치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은 지난 79년 집권 시절에도 스코틀랜드에 대한 권한이양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노동당이 권한이양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역에 대폭 이양,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당은 권한이양이 연합왕국 (United Kingdom) 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무거운 세금부담을 지게 된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실업인구가 증가하는 등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스코틀랜드인들은 보수당의 반대 캠페인을 무산시키고 자신들의 긍지를 과시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지게 될 경제적 부담이다.

새로 들어설 스코틀랜드 의회는 주민소득의 3%를 징세 (徵稅) 할 수 있는데 이는 연간 4억5천만파운드 (약 6천5백억원)에 달한다.

또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에 배정해온 연간 1백50억파운드의 예산도 크게 줄어들게 돼 주민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정치적인 문제도 간단치 않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노동당과 손잡았던 스코틀랜드민족당 (SNP) 은 최종목표인 독립을 향해 달릴 것이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