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김형오, 의장직을 오욕스럽게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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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사진) 총재는 4일 “2월 임시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흥정을 주도해 의장의 직분을 매우 오욕스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당 5역회의에서 “원래 직권상정은 의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제도인데도 국회의장은 2월에 처리할 방송법을 6월로 지연시키는 쪽으로 직권상정 권한을 악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도입하기로 한 여야 합의도 문제 삼았다. 그는 “ 사회적 논의기구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를 시민단체 등에 맡기자는 위헌적 발상인데도 의장이 협상내용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우리 당이 마지막 협상에서 사회적 논의기구를 자문기구로 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 관철시켰으나 사실 자문기구라면 쓸데없는 장식품을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쓴소리는 의원들의 집단 외유로 이어졌다. 그는 “어제 회기 마지막 날 일부 여당 의원이 해외로 떠나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데 애를 먹는 것을 봤다”며 “해외 출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어려울 때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정풍 운동은 원래 의장이 앞장서야 한다 ”고 덧붙였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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