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상전문가 김경씨 "최고 협상전략은 정직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기업들이 사회와의 대화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성과 공정성, 투명성이다."

김경 미 캘리포니아 정치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에서의 노사협상.환경협상'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원장은 20여년간 미 AT&T.IBM.듀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국제협상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협상 전문가다. 1970~80년대에는 반정부 활동으로 국내 입국이 금지되기도 했다.

-정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 어느 회사의 노조는 임금인상외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화도 요청했다. 그러나 노사는 정규직 문제를 희생양으로 삼아 임금 인상 등만 타결했다. 부정직한 남성 이기주의의 결과였다. 그러자 분규는 더 심해졌고, 노사갈등은 그치질 않았다. 정직성과 공정성, 투명성은 협상의 도(道)다. 술수에 의한 야합은 불신을 낳고, 막대한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법이다."

-도에 의한 협상이 가능한가.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할 때 '내가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과 품질을 트집잡으면서 깎아달라는 것과 어느 쪽이 더 거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후자의 경우엔 상인들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깎아주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동안 숱한 국제협상을 해온 내 경험상 꼼수나 얕은 술수로 하면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터졌다. 정부가 부안 핵폐기장과 새만금 사업, 의약분업 등을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를 보면 알지 않는가. 빨리 끝내려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문제만 더 커졌다.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협상의 도에 입각해 제대로 해야 한다. 사회책임경영, 윤리경영시대에 정직성 등은 더욱 중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